[서울이코노미뉴스 이보라 기자]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 핵심 인물인 권도형(34) 테라폼랩스 창립자가 미국 법원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400억 달러(약 59조 원)가 넘는 천문학적 손실을 입힌 지 약 2년 7개월 만에 나온 법적 심판이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11일(현지시간) 사기 공모 및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권 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한국에서 형기를 복역하게 해달라는 권씨의 청구는 기각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권 씨의 범죄로 인해 사람들은 400억 달러(58조9000억원)의 돈을 잃었다"면서 "세대를 초월한 사기"라고 규정했다.
이어 "투자자들에게 거의 신비로운 영향력을 행사해 헤아릴 수 없는 인간의 파멸을 초래했다"며 피해자가 백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검찰은 '플리 바겐'(유죄인정 조건의 형량 경감 또는 조정) 합의에 따라 최대 형량이 징역 25년인 권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구형량보다 더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권씨는 발행한 테라USD(UST)와 루나(LUNA)이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1달러 가치를 유지한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2021년 5월 테라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자, 자동 복구 알고리즘이 아닌 제3의 트레이딩 업체(고빈도 매매 회사)를 동원해 비밀리에 코인을 대량 매수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인위적으로 부양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권씨는 이런 개입 사실을 숨긴 채 "테라 프로토콜(알고리즘)이 가격을 회복시켰다"고 투자자들을 속였고, 결국 2022년 테라와 루나의 가치는 0으로 폭락했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 헤지펀드 쓰리애로우스캐피털(3AC)과 거래소 FTX가 파산하는 등 '암호화폐 한파'가 이어졌다.
한편 미 검찰은 플리 바겐 합의에 따라 권씨에게서 1900만 달러(약 279억원)와 일부 재산을 환수하기로 했다.
미 연방검찰은 2023년 3월 권씨가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이후 권씨를 증권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총 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권씨는 작년 말 몬테네그로에서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됐으며, 자금세탁 공모 혐의가 추가됐다.
이들 9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권씨는 최대 징역 135년 형을 받을 수 있었다.
권씨는 미국으로 신병 인도 직후 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주장했으나, 지난 8월 돌연 입장을 바꿔 사기 공모 및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혐의 등 2개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재판은 유무죄 심리 절차 없이 곧바로 형량 선고 절차로 넘어갔다.
미 법무부는 플리 바겐 합의에 따라 권씨가 최종 형량의 절반을 복역하고 플리 바겐 조건을 준수할 경우 국제수감자이송 프로그램을 신청하더라도 반대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권씨는 최종 형량의 절반 복역 후 본인 요청에 따라 한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있다.
권씨는 미국 내 형사재판과 별개로 한국에서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배임) 등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