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검찰이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담합해 결정한 업체 관계자들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이 저지른 담합 규모는 9조원을 넘는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2일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간 ‘서민경제 교란사범’을 수사해 52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검찰은 국내 밀가루 시장을 과점해 온 제분사들의 담합 사건과 관련해 대한제분·사조동아원·삼양사·대선제분·삼화제분·한탑 등 제분사 6곳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2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20년 1월부터 작년 10월 사이 국내 밀가루 가격의 변동 여부, 변동 폭과 그 시기 등을 상호 합의를 통해 결정하는 방식으로 시장 질서를 교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기간 담합 규모는 5조9913억원으로 집계됐다.
범행 기간 밀가루 가격은 최고 42.4%까지 인상됐으며, 일부 상승세가 꺾인 후에도 담합 이전 대비 22.7%가량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작년 11월에는 설탕 담합과 관련해 CJ제일제당·삼양사 전직 대표급 임원 2명을 구속 기소하고,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 업체와 대한제당 등 3개 제당 업체가 저지른 담합 규모는 총 3조2715억원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설탕의 원재료인 원당가가 상승할 때에는 설탕 가격을 곧바로 올리면서, 원당가가 하락할 때에는 설탕 인하 폭을 조금만 낮추는 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설탕 가격은 담합 이전에 비해 최고 66.7%가량 상승했다.
한국전력 발주 입찰에서 담합한 업체들도 재판에 넘겨졌다.
효성·현대·LS 등 업체 10곳은 2015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한전에서 발주한 가스절연개폐장치 입찰 145건에서 사전에 낙찰자와 낙찰 가격을 협의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담합 규모는 총 6776억원이며, 업체들이 취득한 부당 이득액은 최소 160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담합을 주도한 4개 사 임직원 4명을 구속기소하고 15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이 파악한 담합 규모는 밀가루 5조9913억원, 설탕 3조2715억원, 한전 입찰 6776억원에 달한다. 총 9조9404억원 규모다.
검찰은 업체들이 담합을 논의하고 수사에 대비해 증거 인멸에 나선 구체적인 상황도 공개했다.
검찰이 확보한 업체 내부 녹취에 따르면 이들은 공정위를 '공선생'이라고 부르면서 "공선생한테 들키면 안 되니까 연락은 자제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방지대책' 문건을 통해 직원들에게 하드디스크를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망치로 파손 후 배출 처리하라는 지침을 내린 업체도 있었다.
나 부장검사는 "담합 가담 업체들이 법 무시적 태도로 일관하고 공정위 조사와 검찰 수사에 대비해 노골적으로 증거 인멸을 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