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KCC지분 대거 장내처분한 정몽익 회장….왜 이렇게 많은 돈이 필요할까?

[서울이코노미뉴스 이보라 기자] 2020년의 KCC그룹 사실상 계열분리와 2021년 부친 고(故) 정상영 명예회장 사망 후 매년 주기적으로 KCC 주식을 팔아온 정몽익(63) KCC글라스 회장이 최근 또 KCC 지분을 대거 장내 매각, 그 자금용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몽익 회장은 작년 11월10일부터 지난 28일까지 두 달 이상 장내에서 KCC 지분을 계속 매각하고 있다. 이 기간 중 매각물량은 모두 8만7000주로, 지분율로 따지면 0.98%, 추정 매각금액은 370억원 안팎이다.

KCC그룹은 2021년 정상영 창업주 사망 후 창업주 아들들인 3형제가 KCC, KCC글라스, KCC건설 3개사로 나눠 사실상 독자경영 중이다. 3형제가 각자 회사 지분도 가장 많이 갖고 있다. 하지만 다른 형제들 지분도 뒤섞여 있어 공식적으로는 아직 계열분리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그룹 주력기업이랄 수 있는 KCC의 지난 30일 기준 지분 분포를 보면 맏형인 정몽진(65) 회장이 20%로 최대주주이고, 차남 정몽익 회장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지분율이 2.36%로 더 낮아졌다. 3남 정몽열(60) KCC건설 회장은 6.31%다.

KCC 지분 변화를 보면 정몽진 회장은 창업주 지분 상속이 끝난 2021년 말 19.58%에서 현재 20%로, 4년간 0.42%p 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3남 정몽열 회장 지분도 21년 말에서 단 한 주도 증가나 감소가 없었다.

반면 정몽익 회장 만은 21년 말 8.47%에서 22년 말 5.88%, 23년 말 5.5%, 24년 말 4.14%일 정도로 매년 거의 주기적으로 장내매도를 실시했다. 4년여 동안 팔아치운 지분이 6.11%에 달한다. 정확한 총 매각가격을 산정하긴 어렵지만 최소 1600억원대는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에선 KCC 지분 매각자금으로 계열분리에 대비, 자기 기업이랄 수 있는 KCC글라스 지분을 늘리는데 주로 쓴 것 아니냐고 추정한다.

하지만 KCC글라스 최대주주인 정몽익 회장 지분은 2021년 말 26.06%에서 작년 말 27.15%로, 4년 동안 1.09%포인트 밖에 늘지 않았다. 이 지분 매입에는 기껏 수백억원대도 들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계열분리가 추진되고 있다면 다른 형제들 지분도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자기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 지분을 팔고 자기 회사 지분을 사든지, 아니면 서로 지분 맞교환을 하든지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아직 미미하다. 앞에서 언급했듯 KCC에서 정몽진-정몽열 회장의 지분 변화는 미미하거나 없다. KCC건설에서도 최대주주인 정몽열 회장 지분율은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29.99%다.

KCC글라스에서도 정몽열 지분은 2.76%로 4년 전과 똑같고 정몽진 지분만 8.56%에서 5.78%로 줄었다. 이는 2024년 말 정몽진 회장이 자신의 KCC글라스 지분 중 2.78%를 동생인 정몽익 회장의 자녀 5명과 현재 부인 곽지은씨(47)에게 나눠 증여했기 때문이다.

대신 정몽익 회장은 작년 중 자신의 KCC지분 중 0.8%를 형 정몽진 회장의 두 자녀에게 나눠 증여했다. 이 정도가 두 형제 가문 간 지분 맞교환이라면 맞교환이다. 다만 증여세가 수반되는 증여 맞교환이다. 이것도 주고 받은 지분량이 적어 본격적인 계열분리의 시작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몽익 회장의 KCC글라스는 작년 9월 말 기준 연결 총자산이 2조3345억원, 자본총계 1조3954억원, 2024년 연간매출 1조9033억원인 기업이다. 대기업이긴 한데 엄청나게 큰 대기업은 아니다. 2024년까지는 꾸준히 이익을 내왔지만 작년에는 인도네시아 법인 적자로 같이 적자에 빠졌다.

정몽익 회장은 이런 기업의 최대주주 치고는 상대적으로 많은 배당과 연봉을 매년 챙긴다는 지적을 과거부터 많이 받아왔다. 작년에 정몽익 회장이 KCC글라스와 KCC, 그리고 자신이 최대주주인 금강레저 등에서 받은 배당만 113.03억원에 달한다.

연간 35억원 안팎인 KCC글라스 회장 연봉을 합하면 작년에 배당과 연봉으로 챙긴 금액만 15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KCC글라스 규모의 기업 최대주주 회장 치고는 상당히 많은 금액이다.

지난 4년간 지분을 매각한 돈에서 지분 신규 매수에 들어간 돈을 빼면 최소 1000억원대 이상은 남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매년 150억원에 육박하는 연봉과 배당까지 합치면 ‘도대체 정몽익 회장은 어디에 돈이 그렇게 필요하길래 이토록 집요하게 많은 배당과 연봉을 챙기고, 지분까지 계속 팔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상속세다. 2021년 부친 사망에 따른 상속세 부담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고(故) 정상영 KCC 창업주는 생전과 사망 후 상속과 증여를 통해 세 아들들에게 재산을 비교적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2021년 사망 직전까지 갖고 있던 KCC 지분은 장남과 3남, 손자 손녀들에게 조금씩 물려 주고, 차남 정몽익 회장에게는 여주 소재 금강CC 관리기업인 금강레저 지분들을 집중적으로 물려 주었다.

비상장기업인 금강레저에는 2020년 말까지 정상영(2.5%) 명예회장과 정몽진 회장(28.25%)의 지분도 있었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 별세 후 이 두 사람의 지분이 정몽익 회장과 KCC글라스(28.25%)에 모두 넘어갔다.

현재 정몽익 회장의 금강레저 지분율은 38.85%다. 자신이 최대주주인 KCC글라스가 보유한 금강레저 지분 28.25%까지 합치면 67.1%에 달한다. 아버지의 유언에 따른 것인지, 3형제가 합의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으나 골프장은 아무튼 둘째 아들에게 넘긴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생긴 상속세를 3형제는 현재도 연부연납 중일 것으로 보인다. 3형제의 상속세가 구체적으로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으나 정몽익 회장 상속세만도 최소 수십억원에서 최대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상속세를 감안하더라도 정몽익 회장이 매년 벌어들인 각종 수입은 많이 남아야 한다. 그래서 정몽익 회장이 이처럼 지분 매각과 배당, 연봉으로 끊임없이 정도 이상의 돈을 만들고 있는 것은 이혼 관련 합의금이나 다른 긴급한 자금소요와 관련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적지 않다.

정몽익 회장은 과거 본처와의 여러 차례 이혼소송 등으로 화제와 물의를 자주 일으켰던 인물이다. 결국 2022년 9월 전처인 최은정씨(62)와 두 번의 이혼 소송 끝에 합의 이혼했다. 이혼 10여일 만에 그동안 사실혼 관계이던 현재 부인 곽지은씨와 혼인신고, 재혼했다.

전처인 최씨는 고(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씨의 2녀 중 차녀다. 언니는 고(故)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대표다.

정몽익 회장과 최은정씨는 지난 1990년 결혼했다. 고(故) 정상영 명예회장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막내 동생이어서 옛 현대그룹과 롯데그룹 오너 일가가 사돈이 된 셈이었다. 이 커플은 잘 살지 못하고 싸우다 헤어졌기 때문에 ‘재벌판 사랑과 전쟁’으로 더 화제가 되었다.

정 회장은 지난 2013년 최씨를 상대로 첫 이혼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6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법원은 혼인관계 파탄의 원인이 정 회장에게 있다고 봤다. 파탄 원인을 제공한 사람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유책주의 원칙이 적용됐다.

첫 소송 당시 이혼을 원치 않았던 최씨는 2019년 정 회장이 두 번째 이혼 소송을 내자 입장을 바꾸었다. 맞소송을 제기하고 재산 분할로 정 회장 측에 약 1120억원을 청구한 것으로 당시 보도됐다. 정 회장의 당시 재산을 3000억원 정도로 보고 약 40%인 1120억원을 청구했다고 당시 일부 언론은 보도했다.

정 회장과 최씨 사이에는 이혼소송 전까지 1남 2녀가 있었다. 세 자녀가 있고, 이혼소송 중인데도 정 회장은 2015년 곽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 결혼을 한 사실상 중혼(重婚)이라고 해서 당시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정 회장은 16년 연하인 곽씨와의 사이에서도 현재 2남을 두고 있다.

이 이혼의 재산분할이나 합의금이 어떻게 최종 결론이 났는지는 그 후 관련보도 등이 없어 현재 확인이 어렵다. 다만 상당액을 정몽익 회장이 부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 지금도 부담 중이어서 매년 이렇게 지분을 팔고, 배당과 연봉을 많이 챙기는게 아니냐고 추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편 정몽익 회장과 현 부인 곽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 정한선(18), 정연선(14) 군이 작년 말 잇따라 KCC글라스 주식을 장내에서 매수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한선 군은 작년 11월17일부터 12월18일까지 38.9억원을 투입, KCC글라스 주식 14만4120주(0.9%)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연선 군은 형에 이어 12월19일부터 30일까지 7.75억원을 들여 29145주(0.18%)를 장내매수했다.

둘 다 자금출처는 증여 등으로 받은 보유현금 등 자기자금이라고 공시했다. 할아버지나 아버지, 혹은 큰아버지 등에게서 받은 증여인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십대인 이들이 증여세를 제대로 내고 있는지는 세무당국이 확인할 일이다.

작년 말 기준 정몽익 회장 가족들의 KCC글라스 지분을 보면 현 부인 곽지은씨가 0.43%, 곽씨 두 아들 한선-연선 군이 각각 2.95%, 0.99%씩이다. 반면 전처 소생 아들인 정제선씨(27)와 딸들인 정선우(34)-정수윤(30)씨는 모두 지분이 0.3%씩으로 똑같다. 합쳐봐야 0.9%에 불과하다.

전처 소생 지분합계가 훨씬 적은 것은 2024년 11월 큰아버지 정몽진 회장이 본인 소유 KCC글라스 지분 2.78%(171억원 상당)를 증여할 때 현 부인 측에 훨씬 많은 지분을 배분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시를 보면 전처 소생인 정선우-정수윤이 각각 0.3%, 정제선이 0.16%를 증여받은 반면 현 부인 곽씨는 0.4%, 곽씨 소생들인 정한선은 0.82%, 정연선은 0.8%를 각각 증여받았다. 수증 주식수 합계가 곽씨 측이 32만2414주인 반면 전처 소생들은 12만1756주였다.

정몽진-정몽익 회장 형제 합의하에 이렇게 증여 주식수가 배분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단순히 전처 소생들을 박대했다기 보다 계열 분리 후 정몽익 회장 경영권을 고려해 이렇게 정리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