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통신 3사가 ‘에이전트 AI’를 전면에 내세우며 AI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통화 내용을 자동으로 요약해주는 SK텔레콤의 ‘에이닷’과 LG유플러스의 ‘익시오’, IPTV 기반 AI 서비스인 KT의 ‘지니’ 등 지난해 에이전트 AI 개발에 집중했던 통신사들은 올해 들어 서비스 고도화와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독자적인 AI 모델 개발 등 원천 기술 확보에도 주력하는 모습이다.
다만 잇따른 해킹 사고를 감안하면 AI 경쟁에 앞서 보안 투자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통신사들이 차세대 핵심 서비스로 내세우는 에이전트 AI는 이용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판단해 목표를 수행하는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통신사들은 이를 통해 포화 상태에 이른 통신 시장에서 새로운 차별화 요소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에이전트 AI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의 에이전트 AI 서비스 ‘에이닷’ 가입자는 1000만명에 달하며, 회사는 올해 유료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맞춰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SK텔레콤은 올해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던 AI 조직을 사내기업(CIC) 형태의 ‘AI CIC’로 통합해 인력과 자원을 집중했다.
특히 AI CIC 내에 에이닷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에이닷사업, 에이닷기획, 에이닷전화 등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에이닷은 GPT 기반의 대화형 AI 서비스로, 통화 내용 자동 요약 등 전화 부가 서비스 기능이 강점이다.
SK텔레콤은 올해 차량용 AI 서비스 ‘에이닷 오토’를 출시하며 적용 범위를 스마트폰에서 자동차로 확대했다.
에이닷 오토는 운전자의 주행 패턴과 운행 상황을 학습하는 AI로, 현재는 르노 신차에 적용되고 있으며 향후 다른 완성차 브랜드로 확대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도 올해 AI 중심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AICC(AI 콜센터), AIDC(AI 데이터센터), 익시오 등 주요 AI 사업별로 전담 개발 조직을 배치하고, AX(AI 전환) 사업 조직과 상품 조직을 분리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겠다는 구상이다.
LG유플러스의 AI 전략 핵심은 통화 에이전트 AI ‘익시오’다. 익시오는 2024년 11월 출시된 서비스로, 통화 내용을 단순 요약하는 것을 넘어 이용자가 원하는 형식으로 정리해주는 ‘AI 스마트 요약’ 기능을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 구글 클라우드와 함께 통화 중 실시간으로 AI 기능을 제공하는 ‘익시오 AI 비서’를 선보이며 서비스 고도화를 준비 중이다.
KT는 대표이사 교체를 앞두고 조직 개편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윤영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와 김영섭 현 대표이사 간 조직 개편 방향을 두고 의견 차이가 있어 구체적인 개편안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박 후보가 선임되면 조직 개편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KT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진출한 통화 에이전트 AI 분야에는 아직 진입하지 않았지만, 국내 IPTV 사업자 가운데 처음으로 셋톱박스에 에이전트 AI ‘지니’를 도입했다.
지니를 통해 IPTV에서 뉴스 요약, 날씨, 스포츠 경기 결과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AI 지니가 탑재된 셋톱박스는 약 200만 대다. KT는 이를 올해 말까지 50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AI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통신사들은 B2C 서비스를 넘어 AI 원천 기술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해 AI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B2B 사업으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국가대표 AI 사업으로 불리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지원 사업 2차 평가에 진출한 SK텔레콤은 AI 모델 ‘A.X K1’을 개발했다. A.X K1은 5190억개의 파라미터를 보유해 국내 AI 모델 가운데 최대 규모로, 수학과 코딩 분야에서 딥시크보다 높은 성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SK텔레콤은 이 모델을 제조·게임 등 산업별로 특화하고, 오는 2030년까지 AI 분야에 5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국가대표 AI 사업에 참여 중인 LG AI연구원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LG AI연구원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AI 모델 ‘K-엑사원’을 활용하고 있다.
엑사원은 딥시크와 알리바바의 큐웬3에 준하는 성능을 갖추면서도 고가의 인프라 없이 구동 가능한 경제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익시오 역시 엑사원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LG유플러스는 오는 2028년까지 AI 분야에 최대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KT는 지난해 8월 국가대표 AI 사업에서 탈락한 이후 자체 AI 모델 ‘믿음K’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인공지능 성능 평가 플랫폼 아티피셜 애널리시스가 지난 5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믿음K는 국내 중소형 AI 모델 가운데 성능 평가 1위를 차지했다.
KT는 이를 기반으로 B2B 사업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 KT는 2024년 마이크로소프트와 2조4000억 원 규모의 공동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9월 한국어 특화 AI 모델 ‘소타K’를 출시했다.
소타K는 GPT-4o에 한국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학습시킨 모델로, 현재 메리츠화재, 연세의료원, 한국전력공사 등에서 데이터 정리 업무에 활용되고 있다.
한편 통신사들이 AI 개발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5G 품질과 보안 등 기본 서비스 관리가 소홀해졌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SK텔레콤과 KT에서 대규모 해킹 사고가 발생했고, LG유플러스에서도 해킹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LG유플러스가 침해 사고 인지 후 서버 운영체계를 재설치하고 서버를 폐기한 점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AI 서비스 확산에 따른 보안 리스크 역시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LG유플러스 익시오 이용자 36명의 통화 상대방 전화번호와 통화 시각, 통화 내용 요약 정보가 다른 이용자 101명에게 일시적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버 기능 개선 과정에서 설정 오류로 개인정보가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