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피지컬 AI’ 전면 승부수…테슬라와 휴머노이드 로봇 패권 경쟁

[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의 정체성을 ‘피지컬 AI’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전기차에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앞세워 피지컬 AI 선두 도약을 선언하면서 테슬라와의 정면 승부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과정에서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 등 피지컬 AI 전략을 핵심 의제로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9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를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기술 검증(PoC) 단계로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올해 초 CES 2026에서 오는 2028년 HMGMA 생산 현장에 아틀라스를 본격 투입하겠다는 목표를 공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HMGMA 인근에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를 착공하고, 약 50억달러(약 7조2880억원)를 투자해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전용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데이터센터 구축을 포함해 미국 내 로보틱스 생태계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글로비스도 아틀라스 현장 투입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사장은 콘퍼런스콜에서 “메타플랜트 내 글로비스 사업장에서 실제로 아틀라스를 작업에 투입하고 있다”면서 “향후 RMAC 구축 과정에서도 글로비스의 역할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한층 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의 상징적 모델인 모델 S와 모델 X를 단종하고, 해당 생산 라인을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생산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머스크 CEO는 연간 100만대 규모의 옵티머스 생산 목표를 제시했다.

로봇이 자동차를 생산하는 단계를 넘어, 로봇이 대량 생산되는 공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테슬라는 올해 상반기 3세대 옵티머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 등 피지컬 AI 분야에서 테슬라가 현대차그룹보다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역시 공개적으로 테슬라 대비 기술 격차를 인정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외부 협력 강화와 글로벌 인재 영입을 통해 격차를 빠르게 좁히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미래차플랫폼(AVP) 본부장(사장)으로 엔비디아 부사장 출신 박민우 박사를 영입했으며, 테슬라 부사장 출신 밀란 코빅도 그룹 자문역으로 합류했다.

두 인물은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자율주행 분야의 글로벌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박민우 사장은 자율주행 상용화에 속도를 내 테슬라와 본격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엔비디아와의 협력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엔비디아는 CES 2026에서 자율주행 AI 플랫폼 ‘알파마요’를 공개하며 오픈소스 전략을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엔비디아와 블랙웰 GPU 5만장 공급 계약을 체결한 만큼, 알파마요 도입 역시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휴머노이드 로봇의 생산 현장 투입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현대차 노조는 로봇 도입에 대해 “단 한 대의 아틀라스도 생산 현장에 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거대한 수레’에 비유하며 사회적 논의를 촉구했지만, 로봇 도입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