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짜뉴스 논란’ 대한상의 겨냥 “감사 후 책임 물을 것”

[서울이코노미뉴스 최영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상의가 상속세 부담으로 한국을 떠나는 부유층이 2400명에 달한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 가운데 임광현 국세청장은 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명백한 왜곡"이라며 실제 수치는 연평균 100여 명 수준에 불과하다고 정면 반박했다.

임 청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속세 때문에 백만장자 2400명 탈한국? 팩트체크 하겠습니다'라는 제하의 글을 올리고 국세청의 해외 이주자 전수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임 청장은 "대한상의가 자산 100만 달러(약 14억 원) 이상 고액 자산가 유출이 올해 2400명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원인을 상속세 제도와 결부시켰다"며 "이는 국민께 왜곡된 정보를 제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세청이 최근 3년간 신고된 해외 이주자를 전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연평균 해외 이주 신고 인원은 2904명이었다. 이 중 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인원은 연평균 139명(4.7%)에 그쳤다. 대한상의가 주장한 '2400명'과는 약 17배 차이가 나는 수치다.

이민을 떠나는 자산가들의 1인당 보유 재산 규모도 감소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집계 결과 자산 10억 원 이상 해외 이주자의 평균 보유 재산은 2022년 97억 원에서 지난해 54억 6000만 원, 올해 46억 500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국세청장, 대한상의 보도자료 반박…"상속세 없는 국가로 이주 경향성 없어"

임 청장은 '상속세 회피'가 이민의 주원인이라는 주장도 통계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최근 3년 평균 상속세가 없는 국가로 이주한 사람의 비율은 전체 이주자의 39%였으나, 자산 10억 원 이상 자산가 그룹에서는 이 비율이 25%로 오히려 더 낮았다"며 "재산이 많다고 해서 상속세가 없는 국가로 이주하는 경향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있어 매출액 5000억 원 미만의 중소·중견기업을 운영하는 경우 최대 600억 원까지 상속세가 감면된다"며 제도적 보완장치가 있음을 강조했다.

임 청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사익 도모와 정부 정책 공격을 위해 가짜뉴스를 생산해 유포하는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향후에도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국내 재산을 편법적으로 유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검증하겠다"고 덧붙였다.

구윤철, "제대로 안 된 통계를 활용해 보도자료 생산·배포한 대한상의는 응당의 책임 져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부유층 2천400명이 상속세 부담으로 한국을 떠난다는 것은 가짜뉴스"라고 지적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대한상의는 지난 2월4일 영국의 이민 컨설팅업체 헨리앤파트너스 추계자료를 인용해 우리나라 부유층 2천400명이 상속세 부담으로 한국을 떠난다고 보도자료를 냈다"며 이같이 썼다.

구 부총리는 "추계 자료는 신뢰도가 매우 의심스러운 통계"라며 "해외 언론과 연구기관도 이 자료에 대한 문제를 다수 제기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안 된 통계를 활용해 보도자료를 생산·배포한 대한상의는 응당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언론도 이런 통계를 활용한 보도가 이뤄지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한국 고액 자산가 해외 유출' 관련 보도자료로 '가짜뉴스' 논란을 빚은 대한상공회의소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김 장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상의는 공신력 없고 사실 확인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정보를 유통함으로써 국민과 시장, 정부 정책 전반에 심각한 혼선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산업부, 사실관계 전반에 대해 즉각 감사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

그는 "특히 사실 검증 없는 정보가 악의적으로 확산된 점에서 이는 명백한 가짜뉴스에 해당하며, 이에 대해 강한 유감을 넘어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대한상의를 소관하는 주무 부처인 산업부가 해당 보도자료의 작성 및 배포 경위, 사실관계 전반에 대해 즉각 감사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대응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나아가 행정 조치까지 추진할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관계 기관 및 주요 경제단체와 협력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나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구조 자체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행정적 조치도 적극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대한상의가 지난 4일 '상속세수 전망분석과 납부방식 다양화 효과 연구' 보고서를 통해 상속세 부담으로 한국을 떠난 고액 자산가가 2400명에 달한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7일 해당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기사를 두고 "사익 도모와 정부 정책 공격을 위해 가짜뉴스를 생산해 유포하는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한상의는 입장문을 내고 "외부 통계를 충분한 검증 없이 인용해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