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인공지능(AI) 투자열풍에 힘입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 등 세계 메모리 시장 1~3위 기업들이 수십조원대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지출을 확대하며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나선 것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펼치고 있는 곳은 HBM(고대역폭메모리) 선두주자인 SK하이닉스다.
올해 상반기(1~6월) 설비투자액은 11조24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조9670억원)의 약 두 배에 달한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엔비디아에 공급한 HBM 물량이 이미 '완판'된데다 내년 HBM4 출시가 예상되면서 관련장비 투자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역시 투자기조를 강화했다. 올 상반기 반도체 부문 설비투자액은 20조72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지난 2023년 상반기 23조2473억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2년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특히 연구개발비 지출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R&D에 투입한 금액은 18조641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이는 정부의 내년 전체 연구개발 예산 35조3000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지난해 반도체 부진 여파로 실적 쇼크를 겪은 뒤 "근본적 기술 경쟁력 복원"을 내세운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어 장비투자 확대도 이어질 전망이다.
메모리 시장 3위인 마이크론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마크 머피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자본지출(설비투자 등)을 138억달러(약 19조3862억원)에서 내년 180억달러(약 25조2864억원)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대부분은 D램 제조회사와 장비 투자에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차세대 HBM뿐만 아니라 범용 메모리 제품 전반으로 수요가 확대되는 점을 고려해 공장 증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투자 과열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최대 1000억달러(약 140조4600억원)를 투자하고, 이 자금을 다시 자사 칩 구매에 활용하는 ‘순환 거래’ 구조가 대표적 사례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의 메모리 호황이 AI 투자열풍에 따른 '인위적 수요'에 기대고 있어 거품이 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