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인공지능(AI)의 진화된 형태인 ‘피지컬 AI(Physical AI)’ 개발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피지컬 AI는 디지털 영역에 머물던 AI 기술을 현실 공간으로 확장해 사물 인식과 물리적 행동까지 수행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제조·로봇·인프라 등 산업전반의 혁신을 이끌 핵심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 삼성전자, 반도체·로봇 중심 ‘지능형 제조 플랫폼’ 구축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정과 디지털 트윈(가상복제) 기술을 결합한 지능형 제조플랫폼 고도화에 나섰다.
AI가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생산조건을 스스로 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NVIDIA)와 협력해 5만대 이상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도입, 대규모 AI 팩토리 인프라를 확충했다.
또 엔비디아의 ‘옴니버스(Omniverse)’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활용해 반도체 제조 전 과정을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반 스마트팩토리를 고도화하고 있다.
로봇 분야에서도 행보를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35%를 인수, 자회사로 편입시켜 피지컬 AI 기반 로봇 개발을 본격화했다.
수술보조 로봇, 조선업 특화 로봇 등 계열사와의 협업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AI 집사 로봇 ‘볼리(Ballie)’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휴머노이드 형태로 발전시키고 있다.
◇SK그룹, AI 팩토리·데이터센터 기반 피지컬 AI 인프라 구축
SK그룹은 반도체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결합한 제조·물류형 피지컬 AI 생태계를 조성 중이다.
오는 2027년 가동 예정인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를 통해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고, AWS(아마존웹서비스)와 협력해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1기가와트(GW)급 규모로 확장한다.
제 2·3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도 병행 중이다.
SK그룹은 엔비디아와 손잡고 5만대 이상 GPU 기반 AI 팩토리를 세워, 제조와 물류 데이터를 학습하는 ‘제조 AI 클라우드’를 개발 중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정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트윈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계열사와 외부 기업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AI 클라우드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LG그룹, ‘엑사원’ 전면확대… 로봇·스마트팩토리 AI 내재화
LG그룹은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EXAONE)’을 그룹 전반에 확대 적용하며 AI 기술 내재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미국 베어로보틱스 지분 51%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로봇 사업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AI 집사 로봇 ‘Q9’은 현장 테스트 지연으로 내년 출시가 유력하며, 엔비디아의 ‘아이작 GR00T’ 모델을 기반으로 자체 피지컬 AI 모델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트윈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고도화하고, LG AI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공동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케이팩스(KAPEX)’를 개발 중이다.
◇현대차그룹, 차량·공장·로봇 통합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
현대자동차그룹은 차량, 공장, 로봇 등 물리적 시스템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형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GPU 5만장을 활용한 대규모 AI 팩토리를 조성해, 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로보틱스 분야에서 대형 언어모델(LLM)을 학습하는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환을 추진하며 차량자체를 지능형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 확보한 휴머노이드 및 사족보행 로봇기술에 AI를 결합해 이동성과 지능을 융합한 로보틱스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 AI·클라우드·로봇 융합한 ‘피지컬 AI 플랫폼’ 구축
네이버는 초거대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중심으로 AI 기술을 고도화하며, 클라우드·로보틱스·디지털 트윈을 결합한 피지컬 AI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의 로봇 통합플랫폼 ‘ARC(AI·Robot·Cloud)’는 제2사옥 ‘1784’에서 수백 대의 로봇을 제어하며 테스트 중이다.
네이버는 MIT와 공동으로 소형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중이며, 올해 안에 사내 물류서비스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엔비디아와 블랙웰 GPU 6만장 공급계약 및 피지컬 AI 플랫폼 공동개발 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엔비디아의 ‘옴니버스’와 ‘아이작 심(Isaac Sim)’을 결합해 현실과 디지털 공간을 연결하는 3D 시뮬레이션 기반 AI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산업 전반에 확산되는 ‘AI의 물리적 진화’
전문가들은 피지컬 AI가 AI 산업의 ‘다음 성장단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I가 단순 연산을 넘어 사물 인식·예측·행동까지 수행하는 자율형 시스템으로 발전하면서, 제조·물류·모빌리티·서비스 산업 등 전 분야에서 생산성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중심의 AI를 넘어 물리적 행동이 가능한 피지컬 AI 경쟁에 뛰어들면서 산업구조 자체가 재편될 것”이라며 “AI 팩토리,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이 결합된 융합생태계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