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계열사간 거래 193조…쿠팡 매출액 26%가 내부거래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공시대상기업집단(이하 '공시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상위 10개 집단의 내부거래액이 2년 만에 다시 증가했다.

비상장사의 내부거래비율이 최근 높아졌으며, 상표권이 총수일가의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하는 정황도 엿보였다.

최근 배송기사 과로사 논란이나 회원정보 대량유출 등의 문제를 일으킨 쿠팡의 내부거래비중은 1년새 눈에 띄게 높아졌다.

◇공시집단 내부거래 1년새 3.3조원 증가…쿠팡 1년전보다 3.6%p↑

공정거래위원회가 3일 발표한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분석' 보고서를 보면 올해 지정된 공시집단 중 분석대상이 된 92개 집단의 지난해 국내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중은 12.3%, 내부거래금액은 총 281조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비중은 0.5%포인트(p) 하락했고, 금액은 3조3000억원가량 증가했다. 공시집단 전체의 내부거래 비중은 최근 10년사이에 12%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5년 추이를 보면 비상장사 내부거래비율이 상승했다. 이들의 내부거래 비중은 2024년 21.7%로 2020년(18.7%)보다 2.7%p 높았다. 

지난해 비상장사 내부거래비중은 상장사(7.4%)보다 3배 정도 높은 수준이었다.

92개 집단 중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대방건설(32.9%)이었다. 이어 중앙(28.3%), 포스코(27.5%), BS(25.9%), 쿠팡(25.8%) 순이었다.

쿠팡은 내부거래비중이 전년보다 3.6%p 높아지며, 92개 집단 중 반도홀딩스(7.1%p)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상승세를 보였다.

공정위측은 쿠팡이 수직적인 계열사 구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거래비중이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총수 있는 상위 10위 집단 거래액이 전체 내부거래의 69%

총수가 있는 지정순위 상위 10위 집단의 지난해 내부거래금액 합계는 약 193조원으로, 전체 공시집단 내부거래금액(281조원)의 68.7%에 달했다. 

2023년과 비교하면 금액은 1조원정도 늘었고 비중은 0.7%p가량 낮아졌다. 금액이 증가한 것은 2년 만이다.

이들의 전체거래금액 중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13.7%로, 전체 공시집단(12.3%)보다 1.4%p 높았다. 최근 10년을 비교하면 전체 공시집단보다 1∼1.5%p 높은 수준이었다.

상위 10대 집단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한화, HD현대, GS, 신세계, 한진이다.

최근 10년간 내부거래비중이 많이 증가한 집단은 HD현대(7.0%p), 한화(4.6%p)였다. 감소한 집단은 LG(-7.3%p), 롯데(-2.4%p)였다.

HD현대는 핵심사업 부문을 분사해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을 추진한 것이, 한화의 경우 신규계열사 인수 및 사업구조 개편으로 인한 자회사 분할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했다.

최근 5년 경향을 분석했더니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으면 내부거래비중이 큰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소속회사의 내부거래비중은 10.9%, 지분 30% 이상이면 14.5%, 50% 이상이면 18.3%, 100%인 경우는 24.6%였다.

총수 2세 지분율 50% 이상인 집단에서는 2022년을 기점으로 내부거래비중이 뚜렷하게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음잔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관리과장은 "(경영권) 승계와 관계됐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총수가 있는 집단의 유가증권 내부거래금액은 삼성(75조8000억원) 미래에셋(26조3000억원) SK(19조9000억원) 교보생명보험(16조3000억원) 한화(13조6000억원) 순이었다.

◇상표권, 총수회사의 짭짤한 수익원…"지속적 점검 필요"

계열사간 상표권 사용계약을 체결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유상사용 집단수가 5년 연속 증가했다. 

지난해 상표권 유상거래 집단은 72개로 2020년보다 26개 많았다. 상표권 거래로 얻은 수입은 2조1529억원으로 60% 가까이 늘었다.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집단은 LG, 에스케이, 한화, 씨제이, 포스코, 롯데, GS 등 7개이다.

이들의 거래금액 합계는 1조3433억원으로, 전체 공시집단 상표권 거래액의 62.4%를 차지했다. 

총수가 있는 65개 집단의 상표권 유상거래비율(80.2%)은 총수가 없는 7개 집단(63.6%)보다 높았다.

특히 총수일가의 지분이 20% 이상인 회사는 소속집단 상표권 이용료의 81.8%를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상표권 거래가 총수일가와 밀접하게 연관된 내부거래임을 시사한다"며 "상표권 거래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내부거래 금액 2조원 이상, 영위 회사수 10개 이상인 업종을 대상으로 분석했더니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이하 'SI') 분야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 

지난해 SI 업종의 내부거래 비중은 60.6%였다. SI는 최근 5년 내부거래비중이 60∼63% 분포를 보여 1∼2위를 기록했다.

이 업종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집단은 OK금융그룹, 네이버, 유진, 세아, 애경 등의 순이었다. OK금융그룹과 네이버의 경우, SI분야 거래가 100% 내부거래였다. 

금액 기준으로 보면 자동차·트레일러 제조업의 내부거래가 43조8000억원으로 두드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