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정부의 가상자산 제도화 2단계 입법 작업이 당초 일정보다 차질을 빚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던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율안이 지난 10일인 기한을 넘기며, 연내 심사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번 법안은 발행·유통 규율, 인가 체계, 공시 기준 등을 포함해 1단계 규제에서 다루지 못한 영역을 포괄하는 핵심 입법과제로 평가돼 온 터여서 업계의 실망도 적지 않다.
1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2단계 입법안 제출 지연의 배경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구조를 둘러싼 금융위와 한국은행 간의 의견 충돌을 지적한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지급결제 체계와 금융안정에 직결되는 만큼, 시중은행이 과반 지분을 보유한 컨소시엄 방식이 가장 안정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은행중심 구조여야 예상치 못한 통화정책 교란과 준비자산 관련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금융위는 이러한 지배구조 제한이 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한다.
은행중심 설계에는 동의하지만, 지분율을 법에 고정할 경우 핀테크·결제 사업자 등 비은행권 참여가 사실상 차단되고 산업 다양성도 훼손된다는 판단이다.
금융위는 발행자본 요건과 유동성 규율을 강화해 위험을 관리하고, 발행주체의 폭은 일정 부분 개방하는 방향이 국제 규제흐름에 더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
양 기관의 시각 차이는 감독권한 배분 문제에서도 이어진다.
금융위는 스테이블코인 인가·감독은 금융규제 원칙에 따라 금융위가 일원화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지급결제 안정성을 이유로 인가 단계부터 실질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사 참여권이나 긴급조치 요청권 등 한국은행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금융위는 감독체계 복잡화와 사업자 부담 증가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입법 지연 속에 가상자산 업계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가 결제·송금 등 실사용 영역뿐 아니라 온체인 금융서비스까지 새로운 사업기회를 열 것으로 기대됐지만, 발행자격과 감독체계가 확정되지 않아 프로젝트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과 핀테크 기업 일부는 컨소시엄 형태를 검토해 왔으나, 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본격적인 준비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법 제정이 장기화될 경우 제도공백이 지속되면서, 해외 규제체계를 따르거나 외화기반 스테이블코인에 의존하는 시장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율과정이 단순한 권한 배분을 넘어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의 향방을 결정할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격과 감독체계가 어떻게 확정되느냐에 따라 시장 참여주체의 범위와 향후 시장구조가 은행 중심으로 재편될지, 다양한 민간사업자가 경쟁하는 개방형 생태계로 자리잡을지가 달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