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최근 ‘누리호’와 ‘한빛 나노’ 등 국내 우주 발사체의 발사가 잇따르면서 한국 우주산업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중심으로 전환되는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에 본격 진입하고 있다.
민간기업 특유의 양산 노하우와 비용절감 전략이 더해지며 우주 기술의 상업성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26일 우주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누리호 4차 발사의 배경에는 조립을 총괄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강화된 품질관리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반복발사 고도화 연구개발(R&D)의 체계종합기업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올해 7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으로부터 누리호 관련 핵심기술을 이전받았다.
지난 2023년 누리호 3차 발사이후 약 2년6개월 동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우연으로부터 발사체 제작전반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받아왔다.
기존 항우연이 수행하던 발사체 체계종합 역할을 민간기업이 이어받는 과정으로, 체계종합은 연료·추진·전자 등 복잡한 발사체 계통을 통합·관리하는 핵심 기능이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발사체 부품 협력업체에 대한 품질검수 역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책임으로 넘어왔다.
업계에 따르면 회사는 항우연 시절보다 한층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검수에 나섰으며, 방위산업 분야에서 축적한 양산과 소재관리 경험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한영민 항우연 우주발사체연구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을 맡으면서 초기에는 협력업체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며 “과거 누리호 3호기 당시에는 통과했을 부품이 품질미달로 판정될 정도로 기준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강화된 품질관리는 발사 성공으로 이어졌다. 이전 발사에서 발생했던 실패나 일정지연과 달리, 누리호 4차 발사는 한 차례에 성공하며 민간주도 발사체 체계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현재 진행중인 발사 운용기술 이전 과정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단계적으로 참여인력을 확대하며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2027년 예정된 6차 발사부터는 전남 순천에 구축중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체 조립장에서 발사체 조립이 이뤄질 예정이다. 7차 발사부터는 회사가 발사 전반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 우주기업 이노스페이스도 상업 발사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노스페이스는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위성 화물을 유상으로 수송하는 ‘상업 발사’를 목표로, 지난 23일(한국시간)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독자 개발한 소형 로켓 ‘한빛 나노’를 발사했다.
한빛 나노는 이륙에는 성공했으나, 원인 불명의 기술적 문제로 추락하며 약 30초간의 비행에 그쳤다.
업계는 이를 단순한 실패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한다. 국산 하이브리드(고체·액체 연료) 엔진을 적용한 로켓의 실제 비행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는 분석이다.
현재 한국의 주력발사체인 누리호와 개발 중인 차세대 발사체는 모두 액체연료 기반으로, 하이브리드 엔진은 새로운 기술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노스페이스가 이번 시험비행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로켓 성능개선에 성공할 경우, 국내 발사체 라인업이 한층 다양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소형 발사체는 다수의 위성을 한꺼번에 실어야 하는 대형 발사체와 달리 특정고객을 위한 맞춤형 발사가 가능해, 향후 급증이 예상되는 초소형 위성 발사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노스페이스는 연소기와 전기펌프 등 핵심부품 제작에 금속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 제작기간을 단축하고 시험횟수를 늘리는 등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업계는 공공부문이 축적한 발사 기술이 민간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이같은 양산기술과 공정혁신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민간 우주 발사시장의 수익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스페이스X 등 일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로켓 기업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통한 발사비용 절감과 위성 데이터 활용 생태계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우주항공청은 누리호 후속사업인 차세대 발사체를 재사용 발사체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예산당국의 심의를 거쳐 총 2조2921억원의 개발 예산이 확정됐다.
아울러 우주항공청은 내년 민관합작 방식으로 2000억원 규모의 ‘뉴스페이스 펀드’를 조성해 우주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수익성 높은 우주 기술개발과 핵심부품 국산화를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