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새해 경영 화두로 ‘초심 다지기’와 ‘신뢰 회복’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해 잇따른 정보보안 사고로 가입자 신뢰가 크게 훼손된 만큼, 외형 성장보다 이동통신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공통된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2일 공개된 각 사 신년사에 따르면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최우선 과제로 고객에 대한 신뢰 회복을 제시했다.
해킹 사태로 흔들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안전하고 안정적인 이동통신(MNO) 서비스의 기본경쟁력을 다시 다지겠다는 의지다.
동시에 인공지능(AI)을 성장전략의 핵심축으로 삼되, 보안과 안정성을 전제로 한 AI 서비스 확산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4월 유심(USIM) 칩 데이터 해킹사고로 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대규모 정보 유출사태를 겪었다.
공격자가 핵심서버에 침입해 약 2300만명 가입자의 가입자식별번호(IMSI)와 단말기 고유식별번호(IMEI) 등 인증정보를 탈취하면서 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약 3개월간 진행된 정부 조사결과 SK텔레콤의 정보보안 관리체계에서 다수의 취약점이 확인됐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단일기업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SK텔레콤은 전 가입자 위약금 면제와 무료 데이터 제공, 요금 할인 등 보상안을 내놓으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정재헌 SK텔레콤 대표는 신년사에서 해킹사고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기본’과 ‘본질’을 강조하며 ‘단단한 MNO 서비스’ 구축을 핵심메시지로 제시했다.
그는 “업의 본질인 고객을 중심에 두고 기본의 깊이를 더해 단단한 MNO를 만들자”고 밝혔다.
아울러 SK텔레콤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AI 사업을 재차 분명히 했다. SK텔레콤은 정부 주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컨소시엄 주관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달 자체 AI 모델 ‘에이닷엑스 케이원(A.X K1)’을 공개했다.
지난해 9월에는 울산에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착공에 들어가는 등 AI 인프라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정재헌 대표는 “AI 전환(AX)은 우리의 일상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필수조건”이라며 “회사 성장과 구성원 삶의 질이 함께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사내 결속과 관련해서도 “모두가 하나 되는 ‘드림팀’으로 거듭날 때 변화가 완성된다”며 원팀 정신을 주문했다.
KT 역시 해킹 사태의 여파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9월 KT 일부 가입자에게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교통카드와 상품권이 결제되는 피해가 발생했고, 정부 조사결과 초소형기지국(펨토셀)을 통해 2만2227명 가입자의 IMEI와 IMSI 등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격자가 개조한 불법 펨토셀이 KT 망에 접속할 수 있었고, 소액결제 관련정보가 유출되면서 실제 금전적 피해로 이어졌다. 내부 서버가 백도어 악성코드에 감염된 사실도 드러났다.
피해 규모는 SK텔레콤보다 작았지만, 실질적인 금전 피해가 발생했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례없는 인프라 종단 해킹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KT는 지난달 30일 전 가입자 위약금 면제와 무료 데이터 제공 등 보상안을 발표했다.
김영섭 KT 대표는 신년사에서 “이번 침해사고는 특정 IT 부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네트워크, 마케팅, 고객 응대(CS) 등 모든 업무영역이 보안의 대상이라는 점을 보여줬다”며 “이러한 인식 전환없이는 고도화되는 보안 위협에 대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섭 대표는 신뢰 회복을 전제로 한 AX(인공지능 전환) 사업의 지속 성장을 강조하며 “전방위적인 보안 혁신과 AX 역량 강화를 통해 시장이 인정하는 최고의 AX 혁신 파트너로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차기 대표로 내정된 박윤영 KT CEO 후보에게 전하는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경쟁사들의 해킹사태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사업자로 평가받는다.
SK텔레콤 해킹이후 약 70만명의 가입자가 이탈했고, 이 중 상당수가 LG유플러스로 이동했다.
최근 KT의 위약금 면제 발표 이후에도 가입자 순증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LG유플러스 역시 보안 리스크에서 자유롭지는 않았다. 정부 조사결과 가입자 직접 피해는 없었지만, 통합 서버 접근제어 솔루션(APPM)과 연동된 서버 목록과 계정 정보, 임직원 성명 등이 외부로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신년사에서 ‘신뢰(TRUST)’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홍범식 대표는 “올해는 우리가 설계한 성공 경험을 확대하고 축적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원동력은 신뢰”라고 강조했다.
그는 TRUST의 각 철자에 의미를 부여하며 임직원 간 신뢰와 가입자 신뢰 회복이 경영의 출발점임을 분명히 했다.
홍 대표는 “가입자와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다짐과 투명하게 문제를 드러내고 함께 해결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원활한 소통 문화가 회사 전반으로 확산되도록 경영진이 솔선수범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