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베네수엘라 사태…국내외 금융시장·실물경제 영향 제한적”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침공 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5일 오전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 주재로 관계기관 합동 긴급경제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관련 경제영향을 점검했다.

컨퍼런스콜 형식으로 열린 회의에서 외교부·산업통상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국제금융센터 등 참석자들은 일련의 사태가 국내외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하에 향후 상황전개와 국내외 금융시장·실물경제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산업통상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가 국내 무역·투자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제재와 현지 정세 불안정으로 한국 기업들이 활발하게 교역하고 투자하는 나라가 아니다"라며 "현지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이번 사태가 중남미 전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한·베네수엘라 교역규모는 지난해 5000만달러(약 723억원) 수준으로, 전체의 0.1%에 미치지 못한다. 수출은 약 4000만달러, 수입은 약 1000만달러 규모다.

한국의 대(對)베네수엘라 수출은 2000년대 3억달러에서 한때 12억달러까지 늘어났으나 미국 제재 등의 영향으로 2010년대 들어 6억달러 규모에서 2억∼3억달러 수준으로 줄었고, 2017년 5000만달러로 주저앉은 뒤 지금까지 1억달러 아래에 갇혀있다.

지난해 수출액 순위로는 128위로, 투르크메니스탄, 마다가스카르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 기업들은 자동차, 건설장비, 가전 등을 주로 수출해왔으며 최근에는 의약품, 화장품 등도 일부 수출하고 있다.

현지 투자는 거의 끊긴 상태이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현지에 판매사무소를 두고 가전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삼성·LG 등이 받은 안전 등 부정적 영향은 없는 것으로 산업부는 파악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가 국제 석유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렸다.

정부와 석유업계는 단기적으로 국제유가가 출렁일 가능성에 대비하면서도 국내 유가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매장량은 3000억배럴 이상으로 추산되지만, 석유 인프라 관리부실과 미국 제재 영향으로 원유 생산량은 하루 100만배럴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전 세계 생산량의 1%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데, 이마저도 대부분이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어 세계 석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국내 정유업체들은 2000년대부터 베네수엘라 원유를 수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단기적인 유가상승과 장기적인 유가하락 등을 예상해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베네수엘라 사태가 심리적 요인 등에 따른 일시적인 가격상승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다"면서도 "현재 전 세계적인 원유 공급과잉 추세와 올해 유가 하향전망을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번 사태 추이에 따라서는 중장기적으로 베네수엘라에 투자의 문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미국 주도로 베네수엘라가 서방경제권에 편입되고 재건·개발 사업이 진행된다면 한국 기업에도 투자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 베네수엘라의 석유 인프라가 개선되고 원유가 생산돼 서방권으로 공급된다면 유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재건사업이 이뤄지는 경우 사회간접자본(SOC) 등 인프라분야 진출 검토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석유시장의 경우 베네수엘라의 잠재성은 높지만, 아직 국내 기업들의 베네수엘라 진출검토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기회가 열린다면 이론적으로 국내 업체들이 석유 공장을 짓는 것은 가능하다"면서도 "여전히 베네수엘라의 정국이 불안정하고 미국의 제재가 계속되고 있어 국내 기업이 나서서 이를 추진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