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직’ 농협중앙회장, 연봉·퇴직금 각각 7억원 이상 받아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비상근 명예직’인 농협중앙회장이 연봉과 퇴직금으로 각각 7억원 이상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10억원 넘는 돈을 지역 조합이나 개별 부서에 마음대로 지급했고, 해외 출장 시에는 하루 호텔비로 220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 지난해 11~12월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 운영 전반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감사의 중간 결과 발표를 통해 법령 위반 정황이 있는 2건을 수사 의뢰했고, 사실관계가 확인된 65건에 대해 확인서를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사 의뢰한 2건은 농협중앙회 임직원 형사사건에 대한 변호사비 지급 의혹과  농협재단 임직원의 배임 의혹 사건이다.

이와 함께 추가 감사가 필요한 38건(중앙회 37, 재단 1)은 국무조정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합동감사체계를 구축해 철저히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24일부터 12월 19일까지 실시된 특별감사에는 변호사와 회계사 등 외부 전문가 6명을 포함해 26명이 투입됐다. 특별감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11일 이재명 대통령은 농식품부 업무 보고에서 "농협은 진짜 문제다. 선거 과정에 불법도 많고 구속되고 수사하고 난리더라"면서 "필요한 것은 수사 의뢰하고 감사를 철저히 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중앙회장 해외출장 시 하루 222만원 호텔 묵기도

발표에 따르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하며 농협중앙회에서 연간 3억9000만원의 실비·수당을 받고, 농민신문사에서는 연간 3억원이 넘는 연봉과 퇴직금(전 회장 기준 4억2000만원)을 수령하는 데 더해 퇴직 시에는 농협중앙회에서 전임 회장 기준 3억2300만원의 퇴직공로금을 수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 회장은 2024년에만 ‘직상금’ 10억8400만원을 사용했다. 직상금은 업적우수, 성실·창의적인 업무수행, 농협사업 적극 참여 등 업무추진과 재해극복 및 조직발전에 공이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에게 지급하는 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직상금은 중앙회장이 친분이 있거나 충성하는 지역단위 조합장들에게 마음대로 나눠주기도 하고, 임직원에게도 아무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돈”이라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작년 3월 취임 이후 5차례 해외 출장에서 모두 숙박비 하루 상한(250달러)을 초과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1박당 50만~186만원을 더 많이 썼고, 총액은 4000만원에 달했다. 가장 비싼 숙박비는 하루 222만원 가량(250달러+186만원)이었던 셈이다. 

◇농협경제지주는 810억원 적자에도 특별성과보수 지급

농협중앙회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은 회원조합 연체율이 급증하는 등 부실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방만한 경영과 더불어 과도한 혜택을 지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중앙회 계열사인 농협경제지주는 2024년 810억여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는데도 작년 1월 상근 임원에게 특별성과보수를 지급했다. 

농협중앙회는 2024년 제15차 이사회에서 특별성과보수를 1인 즉석 안건으로 상정·의결해 지급 사유와 금액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부회장(전무이사)과 집행간부 등 11명에게 총 1억5700만원을 지급했다.

회원조합 연체율은 급격히 증가해 2024년 말 14조3000억원(연체율 4.03%)에서 작년 5월말 기준 18조7000억원(연체율 5.16%)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는 2023년 대비 2024년 무이자자금 지원액을 12조원에서 13조원으로 1조원가량 올리면서 이사조합(조합장이 중앙회 이사로 재임 중인 조합) 등 특정 조합에 집중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조합은 평균 8억7000만원 증가(7.6%)한 반면, 이사조합은 평균 37억8000만원 증가(26.3%)했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2022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참석한 모든 조합장에게 220만원 상당의 휴대폰을 지급, 23억46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3억원대를 사용했던 것에 비해 20억원 가량 많았다. 

신임 이사에게는 테블릿PC를 포상비로 구입해 개인 소유로 해주었고, 퇴임할 때에는 전별금을 비롯해 여행상품권, 기념품(순금)을 별도 지급했다.

◇범죄행위 고발 않고 징계도 온정적

농협중앙회 내규는 임직원 범죄행위에 대해 고발을 원칙으로 하되, 고발에서 제외할 경우 인사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하고 있으나 2022년 이후 징계한 21건 중 범죄 혐의가 있는 6건(위력에 의한 성추행, 법인카드 사적 사용 등)은 인사위원회 개최도, 고발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감사위원회는 회원조합 조합장에 대한 징계 처분에도 온정적이었다. 경징계(견책) 27건 가운데 최소 6건 이상은 성희롱, 업무상 배임 등과 관련된 것이어서 중징계 대상이었지만 경징계로 처분했다. 

징계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는 내부 직원으로만 구성됐고, 인사담당부서가 산정한 징계 수위를 100% 그대로 반영하는 등 형식적으로 운영됐다.

◇농협재단 부적정 운영…주먹구구식 채용 및 계약

농협재단은 전문계약직 신규 채용과 관련해 필요한 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채 이사장 단독 지명으로 사무총장(전문계약직)을 채용하면서 경력증명서 등 각종 증빙서류를 제대로 받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장학관장을 규정에서 정한 직급(M·3·4급)이 아닌 전문계약직으로 채용했다가 적발됐다.
 
농협재단은 회원조합을 통해 기부물품을 지원하면서도 구체적인 지원 대상을 정하지 않았고, 기부물품이 목적에 맞게 전달되는지도 파악하지 않았다. 기부물품을 농협 관련 자회사 등에서 수의계약으로 구입하는 등 주먹구구식 계약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실제로 농협재단은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9월 말까지 총 87건(623억원)의 물품구매·공사 계약 가운데 86건(622억원)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했고, 이 가운데 농협 관련 회사와의 수의계약은 55건(599억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