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톱 PC 시장, 신제품 공백과 메모리 대란에 ‘이중 압박’

[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올해 데스크톱 PC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

인텔과 AMD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데스크톱 PC용 신제품 출시를 사실상 연기한데다, 인공지능(AI) 수요확대에 따른 메모리 가격급등이 시장 위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과 AMD는 올해 데스크톱 PC 부문에서 대규모 신제품을 내놓지 않고 기존 라인업을 유지하거나 일부 리프레시 제품을 선보이는 데 그칠 전망이다.

엔비디아와 AMD 역시 그래픽카드 신제품 없이 새해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세대교체는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AI발 메모리 수급 불안은 데스크톱 PC 시장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메모리 가격은 대란 이전 대비 수배 이상 상승했으며, 윈도우11 환경에서 권장되는 32GB 메모리 구성을 갖추는 데만 약 80만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보급형 노트북 한대 가격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소비자들이 데스크톱 PC 대신 메모리 가격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노트북이나 태블릿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연초부터 신제품이 대거 투입되는 노트북 PC 시장과 달리, 데스크톱 PC 시장에는 뚜렷한 신제품 투입이 없다.

인텔은 기존 코어 울트라 200 시리즈 ‘애로우 레이크(Arrow Lake)’의 리프레시 제품을 올해 선보일 계획이며, AMD는 현행 ‘라이젠 9000 시리즈’ 라인업을 유지하는 전략을 택했다.

AMD는 CES 2026에서 기존 라이젠 9000X3D 계열에 신제품 한 종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인텔은 이미 지난해부터 올해 데스크톱 시장에 애로우 레이크 리프레시를 투입할 계획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로우 레이크는 지난 2024년 하반기 처음 등장해 지난해 주력제품으로 자리잡으며 새로운 아키텍처와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통해 데스크톱 AI PC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출시 초기에는 플랫폼 완성도 문제 등이 제기됐으나, 현재는 대부분 개선돼 가격대비 성능이 안정됐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애로우 레이크 리프레시가 단순한 동작속도 향상에 그치지 않고, 코어 울트라 7과 5급 모델에서 E-코어 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 경우 코어 울트라 7은 코어수 기준으로 기존 코어 울트라 9과 동일해지고, 주로 동작 속도에서만 차이를 보이게 된다. 메인보드는 기존 플랫폼을 유지하되, 메모리 동작속도 지원은 소폭 상향될 것으로 전망된다.

AMD 역시 올해 데스크톱 PC 시장에서는 기존 라이젠 9000 시리즈를 중심으로 운영한다.

새롭게 추가된 ‘라이젠 7 9850X3D’는 게이밍용으로 인기가 높은 라이젠 7 9800X3D의 최대 동작속도를 높인 제품으로, 기존 AM5 소켓 메인보드에서 펌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향후 ‘라이젠 AI 400 시리즈’ 기반 데스크톱용 프로세서 출시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공식 발표는 없는 상태다.

다만 인텔과 AMD 모두 하반기 이후에는 차세대 아키텍처 기반 제품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차세대 데스크톱 및 노트북 PC용 프로세서로 ‘노바 레이크(Nova Lake)’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빠르면 올해 말 출시가 점쳐지며, 새로운 플랫폼을 기반으로 더 많은 코어와 대용량 캐시를 탑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래픽카드 시장 역시 올해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와 AMD 모두 현 세대 제품군을 완성한 상태로, 올해 데스크톱 PC용 외장 그래픽카드 신제품 출시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CES 2026에서도 양사는 데스크톱 GPU 신제품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차세대 라인업은 2027년을 언급하는 분위기다.

엔비디아는 CES 2026에서 현 세대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의 뒤를 잇는 ‘루빈(Rubin)’ 아키텍처를 공식화했지만, 현재는 데이터센터용 제품만 공개된 상태다.

소비자용 GPU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으며, 블랙웰 역시 데이터센터용 제품 발표이후 소비자용 GPU까지 약 1년의 시간이 소요됐던 만큼 이번 세대는 체감 대기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AMD는 그래픽과 연산용 GPU 아키텍처를 분리해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그래픽용 최신 아키텍처는 ‘RDNA 4’다. 라데온 RX 9000 시리즈 역시 메인스트림급 RX 9060과 퍼포먼스급 RX 9070 위주로 구성돼 있으며, 플래그십급 모델 출시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데스크톱 그래픽카드 시장의 변수로는 인텔이 꼽힌다. 인텔은 지난 2024년 12월 ‘배틀메이지(Battlemage)’ 기반 메인스트림급 ‘아크 B580’을 출시한 데 이어, 약 1년 만에 하이엔드급 ‘B770’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발표는 없지만 드라이버 업데이트 등에서 출시 임박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한편 메모리 수급 불안은 조립 PC 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현재 16GB 메모리 두 개로 32GB를 구성하는 데 약 80만원이 필요해, 과거에는 PC 한 대를 구매할 수 있었던 비용 수준까지 상승했다.

AI 기능 활용을 감안하더라도 가격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장장치 가격 역시 급등했다. 1TB급 SSD 가격은 20만원 중반대로 올라섰고, 고용량 SSD 구매 부담도 커졌다.

하드디스크 가격 역시 동반 상승하면서, 용량 대비 가격을 고려하면 초고용량 제품이 오히려 합리적으로 느껴질 정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메모리 가격 변동성이 그래픽카드와 완제품 PC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가 올해 출시가 예상됐던 ‘RTX 50 슈퍼’ 라인업을 선보이지 않는 배경으로도 메모리 가격 불확실성이 지목된다.

일부 완제품 PC 제조사들이 중국 CXMT 등 신규 메모리 공급처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메모리 수급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데스크톱 PC 시장은 물론 PC 산업 전반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