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국가 주도로 추진되는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독파모)’ 1차 심사에서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가 탈락했다.
당초 최종선발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네이버클라우드까지 탈락하면서 업계 전반에 적잖은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1차 평가에서 정예팀 5곳 가운데 1곳만 탈락시킬 예정이었으나, 이례적으로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 등 2개 팀을 동시에 탈락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특히 국내 최고 수준의 AI 기술력과 방대한 데이터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아온 네이버클라우드가 최종단계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평가기준을 둘러싼 논란도 함께 불거졌다.
이번 심사의 핵심쟁점은 독자성, 즉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 기준이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번에 독자모델인 ‘하이퍼클로바X 시드 32B 씽크’를 제출했다. 하지만, 모델개발 과정에서 중국 알리바바의 오픈소스 AI 모델 ‘큐웬(Qwen)’의 비전·오디오 인코더 가중치를 활용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됐다.
비전·오디오 인코더는 이미지와 음성 정보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하는 핵심 구성요소다., 멀티모달 모델의 성능과 구조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네이버클라우드는 해당 인코더를 미세조정해 사용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는 시각정보를 전달하는 ‘시신경’ 역할에 불과해 모델의 핵심 경쟁력과는 거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외부에서 이미 학습된 가중치를 활용했는지 여부 자체가 독자성 판단의 핵심이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가중치는 AI가 판단을 내릴 때 반영하는 중요도 값으로, 어떤 데이터로 학습됐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독자적 학습 여부를 가르는 핵심기준이라는 설명이다.
독파모 프로젝트는 해외 빅테크 AI 모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방·의료·행정 등 민감하고 국민생활과 직결된 영역에서 활용 가능한 소버린 AI를 확보하기 위해 기획됐다.
단순한 성능 경쟁이 아닌, 외부 통제나 라이선스 제약에서 자유로운 국가 차원의 AI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과기부는 앞서 공모 안내서를 통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해외 모델을 미세조정한 파생형 모델이 아닌, 모델 설계부터 사전학습 과정까지 자체 수행한 국산 모델”로 정의한 바 있다.
다만 해당 정의를 어디까지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는지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 논쟁이 이어져 왔다.
과기부는 이번 평가결과 발표 과정에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판단기준을 "기술적·정책적·윤리적" 측면에서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핵심기준은 모델학습 과정에서 가중치를 초기화한 뒤 자체적으로 학습했는지 여부로, 외부 모델의 가중치를 그대로 활용하거나 이를 기반으로 학습한 경우 독자성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또 AI 모델이 외부 라이선스나 특정기업의 통제에서 자유로운지 여부도 주요 판단요소로 제시됐다.
국방·외교·안보 등 국가 인프라 분야에 활용되는 AI 모델 특성상, 필요시 자체 개발·고도화가 가능하고 운영과 이용을 주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이 전제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오픈소스 활용시 레퍼런스 고지와 라이선스 준수여부 역시 검토대상에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소버린 AI를 위한 프롬 스크래치 기준을 공식적으로 설명한 점 자체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평가 이전에 기준이 보다 명확히 제시됐다면 혼란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가 차원의 소버린 AI 프로젝트인 만큼 정부가 독자성 기준을 분명히 제시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가중치 기준만으로 독자성을 판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학습 데이터의 독자성이나 다양한 기능을 얼마나 자체기술로 통합했는지 역시 중요한 판단요소가 될 수 있어, 향후 평가 과정에서도 유사한 해석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과기부는 이번 평가에서 2개 팀이 동시에 탈락한 데 따라 패자부활전을 통해 한 팀을 추가로 선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클라우드는 패자부활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