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해킹사태 틈타 ‘위약금 대전’…수천억 쏟아부어 ‘손님뺏기’ 출혈경쟁

[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이동통신사들이 해킹사태에 따른 위약금 면제기간을 전후해 가입자 유치에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며 출혈경쟁을 반복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일부 소비자와 통신사가 반사이익을 얻지만, 장기적으로는 요금인상 압력과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KT의 위약금 면제기간이었던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약 2주간 타사로부터 약 28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며 가장 큰 수혜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KT로부터 약 20만명, LG유플러스로부터 4만8000명, 알뜰폰(MVNO) 시장에서 2만6000명을 끌어왔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은 신규 단말기 번호이동 가입자 1인당 60만~70만원, 유심변경 번호이동에는 35만~40만원 수준의 파격적인 마케팅 비용을 집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해당기간 평균 판매장려금을 55만원으로 가정할 경우 SK텔레콤이 투입한 비용만 최소 1500억원, 공통지원금까지 포함하면 총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평소 2배 규모다.

LG유플러스도 같은 기간 SK텔레콤과 유사한 수준의 공격적인 보조금을 집행하며 가입자 확보경쟁에 뛰어들었다.

이같은 ‘출혈 경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KT 해킹관련 국회 청문회 당시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의 해킹사태 당시 KT 역시 번호이동 고객에게 1인당 최대 115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수천억원 규모의 마케팅 비용을 집행한 것으로 추산됐다.

당시 SK텔레콤의 가입자 이탈규모가 KT보다 컸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경쟁사의 위기국면마다 거액을 투입해 고객을 유치하는 행태가 업계 관행으로 굳어졌다는 평가다.

특히 SK텔레콤의 연간 정보보호 투자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보보호 공시현황 분석보고서’ 기준 652억원 수준이다. 이번 2주간 가입자 유치에 사용된 비용이 연간 보안투자액의 2~3배에 달한다는 사실에서 눈총을 사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해킹의혹과 관련해 서버 은폐 및 허위자료 제출 정황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이동통신 3사 모두 보안이슈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업계 전반이 보안 강화보다 가입자 쟁탈전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당국이 정한 번호이동 과열기준인 일일 2만7000건을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수혜자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높은 보조금과 혜택을 노리고 이동한 가입자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약 5700만명 가운데 1%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히려 최대 수혜자는 마케팅 경쟁에 따른 단말기 판매증가의 혜택을 누린 삼성전자와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과도한 마케팅 비용부담은 다수의 일반소비자와 주주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이통사들이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거나, 소비자가 인지하기 어려운 부가서비스를 결합해 수익성을 높이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과도한 비용지출은 배당여력을 약화시켜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