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패자부활전 ‘허실’…대기업 불참에 동력 상실 우려

[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국가 주도의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 패자부활전이 시작 전부터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상반기 중 정예팀 1곳을 추가 선발해 4팀 경쟁체제를 구축할 계획이지만, 유력후보로 거론됐던 네이버와 카카오, NC AI가 모두 불참을 선언하면서 프로젝트 추진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KT마저 추가 공모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패자부활전은 사실상 스타트업과 학계 중심의 경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국가대표급 AI 모델 개발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과 인프라를 뒷받침할 수 있는 대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대기업이 빠지면, 패자부활전이 실질적인 경쟁보다는 정책적 명분을 유지하기 위한 절차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날 독파모 프로젝트 1차 단계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LG AI 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 컨소시엄이 2차 평가에 진출했다. 그러나, 네이버클라우드 컨소시엄과 NC AI는 탈락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은 최종 승자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통해 국내 AI 기업들의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공석이 된 네번째 자리에 대해 탈락 컨소시엄을 포함한 모든 역량있는 기업에 기회를 열어 정예팀 1곳을 추가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재도전 기회 제시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특히 대규모 학습 데이터와 인프라를 보유한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패자부활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추가 공모가 재도전의 기회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에 따른 부담 역시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 도전에서도 탈락할 경우, 기술력 논란이 재점화되며 기업 이미지와 시장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1차 평가결과 발표 직후 네이버와 엔씨소프트 주가는 동반 하락하며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즉각적으로 반영됐다.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상황에서 기술 경쟁력 부재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경우, 경영진 책임론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부담 속에 ‘소버린 AI’ 선두주자를 자처해 온 네이버는 추가 공모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네이버클라우드는 “1차 단계 평가에 대한 과기정통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향후 AI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국가 프로젝트 재도전보다는 자체 AI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겠다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카카오 역시 패자부활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정예팀 공모에 참여했으나 경쟁에서 밀려 선발되지 못했다.

최근 공개한 ‘카나나-v-4b-하이브리드’ 모델이 AI 학력평가 벤치마크 ‘코넷(KoNET)’에서 92.8점을 기록하며 기술력을 입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도전 실패시 이미지 훼손과 시장의 부정적 반응을 우려해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와 함께 1차 평가에서 탈락한 NC AI도 패자부활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연수 NC AI 대표는 1차 평가결과 발표 직후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범용모델 중심의 과열경쟁 대신 멀티모달 생성기술과 버티컬 AI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NC AI는 평가 과정에서 GPU 수급 불균형과 인프라 제약 등 개발환경의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모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는 KT의 경우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KT는 자체 AI 모델 ‘믿:음 K’가 글로벌 AI 성능평가 플랫폼 ‘AAII’에서 국내 중소형 모델 1위를 기록하며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류제명 차관 역시 브리핑에서 해당 성과를 언급하며 KT의 참여 가능성에 기대를 나타냈다.

다만 KT는 최근 차기 대표이사 내정 등 경영진 교체 면에 놓여 있어,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 참여 여부에 신중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의 참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해 정예팀 공모에는 루닛, 코난테크놀로지,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등이 참여한 바 있다.

자금과 인프라 확보가 절실한 이들 기업에게 추가공모는 여전히 매력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추가 선발팀이 대기업급 자원과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4팀 경쟁체제가 형식적인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패자부활전이 실질적인 경쟁촉진보다는 정책적 명분유지를 위한 보완장치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