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강기용 기자] 법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이 연루된 8개 재판 가운데 법원이 내린 첫 판단이다.
지난해 7월 19일 내란특검이 ‘체포 방해’ 등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재구속해 기소한 지 181일만이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는 409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는 16일 특수 공무집행 방해,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헌법을 수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독단과 권력 남용 방지를 위한 절차적 요건을 경시했다”면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엄 선포 여부를 결정하는 국무회의에서 평시보다 더 국무위원 전원의 의견을 경청하고 신중을 기했어야 했는데도 특정한 일부에게만 소집을 통지해 통지를 받지 못한 국무위원 7명의 심의권을 침해했고, 헌법과 계엄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에 대해 “일신의 안위와 사적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에 충성하는 대통령경호처를 사실상 사병화한 것”이라면서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경호처 공무원들을 동원해 적법한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을 방해하고,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보면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데도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에 대해 “피고인은 탄핵소추 의결로 권한이 정지돼 대통령으로서 직무 권한을 갖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경호처 직원에게 의무가 없는 일을 시켰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내란죄에 대한 공수처 수사권 여부에 대해 “대통령은 내란과 외환죄를 제외하고 형사소추를 받지 않지만 그렇다고 수사까지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공수처는 대통령 직권남용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그동안 공수처에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위법한 수사’라고 주장해왔지만, 적법한 수사임을 확인한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비상계엄 해제 후 작성된 사후 계엄 선포문은 허위공문서로 봤지만 행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비상계엄 해제 후 대통령실 외신 대변인 등에게 “비상계엄은 정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배포하게 한 것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도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국가긴급권의 행사인 계엄 선포는 전 국가적 혼란을 초래함으로 지극히 예외적 경우에 한해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러나 전례 없이 자신이 특정한 일부의 국무위원에게만 통지해 국무회의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3일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일부 국무위원만 불러 회의에 불참한 국무위원의 심의권을 침해하고, 비상계엄 선포문을 사후에 작성한 뒤 폐기한 혐의로 받고 있다.
경호처에 비상계엄에 가담한 군사령관들의 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도록 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번 선고는 향후 내란 관련 사건 재판 선고에 일부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특검은 지난달 26일 결심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총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에 징역 5년, 국무위원 심의·의결권 침해와 허위 공보 지시, 비화폰 증거 인멸 혐의에 징역 3년, 비상계엄 선포문 사후 작성·폐기 혐의에 징역 2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1주일 전인 지난 9일 재판부에 “심리가 더 필요하다”며 변론 재개를 신청하고 15일에는 선고 기일 연기 신청서까지 제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