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경찰청이 지난해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국가 핵심기술 유출범죄를 집중단속한 결과,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검거실적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해외 유출을 시도한 사건만 33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수본은 19일 “2025년 한해 동안 기술유출 범죄 179건을 적발해 총 378명을 검거하고, 이 중 6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의 123건·267명과 비교해 검거건수는 45.5%, 검거인원은 41.5% 증가한 수치다. 국수본 출범 이후 가장 많은 단속 성과다.
특히 경찰은 지난해 7월24일부터 10월31일까지 100일간 해외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집중단속을 실시해 33건, 105명을 검거했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첨단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수사를 벌인 결과 다수의 중대사건이 적발됐다.
주요 사례로는 지난해 5월 고대역폭 메모리(HBM) 반도체 핵심공정 자료를 해외로 유출하려던 전직 직원을 공항에서 긴급 체포해 구속 송치하고, 공범 3명을 추가 검거한 사건이 있다.
같은 해 9월에는 메탄올 연료전지 제조 도면을 해외 투자자에게 전송하고 견본을 해외로 반출한 전직 대표 등 3명이 구속 송치됐다.
이어 10월에는 이차전지 제조기술 자료를 개인 노트북에 저장해 유출한 뒤 해외 경쟁업체로 이직한 전직 연구원도 검거됐다.
전체 기술유출 사건을 적용 법률별로 보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 118건(65.9%)으로 가장 많았고, 형법상 업무상 배임 등은 39건(21.8%),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은 22건(12.3%)으로 집계됐다.
유출된 기술분야는 기계(15건), 디스플레이(11건), 반도체·정보통신·이차전지(각 8건), 생명공학(6건), 자동차·철도(5건) 순이었다.
해외 유출사건만 놓고 보면 반도체(5건), 디스플레이(4건), 이차전지(3건), 조선(2건) 등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출 대상국가는 중국이 1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베트남 4건, 인도네시아와 미국이 각각 3건으로 뒤를 이었다.
중국으로의 유출비중은 전년보다 감소했으나, 베트남 등 다른 국가로의 유출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피해 기업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으로, 전체의 86.6%에 해당하는 155건이 중소기업에서 발생했다. 유출 주체 역시 내부 임직원이 148건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경찰은 범죄수익 환수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반도체 핵심인력을 해외로 빼돌린 대가로 받은 수수료와 기술 유출후 이직해 받은 급여 등을 추징·보전해 약 23억4000만원의 범죄수익을 환수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술유출 범죄는 개별기업의 피해를 넘어 국가 경제안보에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주는 중대범죄”라며 “앞으로도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향후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범정부 차원의 대응체계를 고도화하고, 수사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도 확대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