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의 초점이 ‘누가 먼저 생산능력을 확보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되면서, 클린룸(Clean Room·청정실) 확보 여부가 시장 주도권을 좌우하는 핵심변수로 부상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메모리 반도체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대만 파워칩반도체제조회사(PSMC)의 제조시설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증설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공장 가동 시기를 앞당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은 클린룸 확보가 선결조건이지만, 신규 팹 건설에는 최소 수년이 소요된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장 건설과 장비 반입에만 2년 이상이 걸리고, 고객 인증과 수율 안정화, 공정 최적화까지 고려하면 실제 양산까지 5년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환경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존 계획을 조정해 조기가동 전략을 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청주 M15X 신공장의 클린룸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준공하고 이미 가동에 들어갔다. 이 공장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핵심 원재료인 첨단 D램 칩이 양산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여기에 더해 내년 5월로 예정됐던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1기 팹의 가동시점을 수개월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 역시 평택캠퍼스 P4(4공장) 준공시점을 대폭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2027년 1분기로 예정됐던 준공시점을 올해 4분기로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공장은 원래 파운드리 생산시설로 계획됐으나, 급증하는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 D램 공장으로 전격 전환됐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오는 9월께 클린룸 공사가 마무리돼 공장 가동시점이 최대 6개월가량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는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메모리 반도체 경쟁이 기술이나 단순 증설 경쟁을 넘어 ‘시간 경쟁’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AI 서버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메모리 업체 고객 구성에서 데이터센터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공급압박을 키우고 있다.
AI 서버는 일반서버보다 최대 8배 많은 D램을 필요로 하며, HBM은 일반메모리 대비 웨이퍼 소모량이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음에도 수요둔화 신호가 뚜렷하지 않은 점도 증설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PC와 스마트폰 출하량이 일부 둔화될 가능성은 있지만, 가격 민감도가 낮은 고급형 제품시장의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다.
고급형 신제품은 메모리 용량확대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동일한 생산능력에서도 출하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들며 공급부족을 심화시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메모리 시장에서는 누가 먼저 클린룸을 확보하고 생산에 돌입하느냐가 향후 시장점유율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조기가동 전략이 중장기 경쟁구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