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 코스피 5,000 첫 돌파…46년 사상 최고치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코스피가 22일 미국의 유럽에 대한 관세 철회소식에 상승해 사상 처음 5,000선을 돌파했다.

이날 오전 9시14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보다 92.09포인트(1.88%) 오른 5,002.02를 나타냈다.

지수는 전장보다 77.13포인트(1.57%) 오른 4,987.06으로 출발해 상승폭을 키워 5,000선을 넘어섰다. 한때 5,016.73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한지 3개월 만에 그간 '꿈의 지수'로 불렸던 '오천피'(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게 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4.3원 내린 1,467.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이 4065억원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874억원, 2204억원 순매도 중이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에서도 447억원 '팔자'를 나타내고 있다.

간밤 뉴욕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럽 8개국에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철회하자 3대 지수가 일제히 올랐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1.21% 올랐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1.16%, 1.18%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마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가진 결과, 그린란드와 북극지역 전체에 대한 미래 협정의 틀을 마련했다"며 "유럽 8개국에 2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린란드 병합문제와 관련해 무력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지정학적 긴장을 누그러뜨렸다. 엔비디아(2.95%), 마이크론(6.61%) 등이 오르면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3.18% 뛰었다.

이에 국내 증시도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이 강대강 국면에서 한발 물러나, 협상모드로 전환한 점이 긍정적"이라며 "오늘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의 상승온기를 이어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 삼성전자(4.48%)가 15만7000원을 터치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으며, SK하이닉스(4.19%)도 급등 중이다.

아울러 현대차(5.10%)도 59만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또 경신했다. LG에너지솔루션(2.15%), 기아(0.70%), 두산에너빌리티(2.30%), SK스퀘어(3.49%) 등도 강세다.

반면 지정학적 긴장완화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2.13%) 등 방산주는 하락 중이며, 삼성바이오로직스(-3.84%), HD현대중공업(-0.16%) 등도 약세다.

업종별로 보면 전기전자(3.70%), 증권(2.68%), 운송창고(3.11%) 등이 오르고 있다. 제약(-1.86%), 전기가스(-1.06%) 등은 하락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7.81포인트(0.82%) 오른 959.10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12.48포인트(1.31%) 오른 963.77로 출발해 상승폭을 줄이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개인이 2120억원 순매수하고 있으며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323억원, 733억원 매도 우위다.

전날 급락했던 알테오젠(0.54%)이 반등 중이며, 에코프로비엠(5.81%), 에코프로(4.63%), HLB(2.39%), 삼천당제약(3.57%) 등도 오르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1.56%), 펩트론(-0.94%), 리노공업(-0.31%) 등은 하락 중이다.

◇자사주 소각·주주환원 강화…6000시대 가늠할 분기점으로

이로써 코스피가 또 하나의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해 10월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넘어선지 불과 3개월 만에 5000선에 도달했다. 46년 코스피 역사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구간을 기록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이 속도를 지속성으로 바꿀 수 있느냐에 쏠리고 있다. 1980년 100포인트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1989년 1000선, 2007년 2000선, 2021년 3000선을 차례로 넘어섰다. 

각 단계마다 산업구조 변화와 투자환경 전환이 뒤따르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4000선 돌파 역시 수년간의 누적 끝에 이뤄졌지만, 5000선은 불과 한 분기 만에 도달했다.

이번 5000선 돌파는 특정 지수대에서의 체력 축적보다 단기간 상승이 이어지며 지수 단계를 빠르게 건너뛴 사례로 평가된다. 

과거가 ‘누적의 역사’였다면, 이번 랠리는 ‘압축의 역사’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스피 5000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중요한 건 현재 수준에서 강한 하방경직성을 만드는 것”이라며 “지수가 4900선 안팎에서 쉽게 밀리지 않는 구조를 갖추는지가 이번 국면의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배당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상법 개정 등으로 형성된 상승기반이 일회성 랠리에 그치지 않고 투자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며 “지수의 속도를 지속성으로 바꾸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기상승 자체보다, 지수 레벨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지수 유지를 둘러싼 과제는 시장구조 전반의 변화로 확장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5000선 이후 국면은 시장이 얼마나 기관화·글로벌화·장기화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전문성을 갖춘 기관투자자가 기업 가치에 기반해 장기 투자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기 가격 변동에 반응하는 거래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야 지수 상단도 안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거래 인프라와 시장의 디지털 전환 역시 5000선 이후 국면에서 함께 거론된다. 김 연구위원은 “결제 주기가 T+2에 머물러 있는 구조에서는 자금이 이틀간 잠자는 셈”이라며 “주식이 디지털화되고 토큰증권처럼 담보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자본의 회전율과 시장 참여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결제·거래 구조 개선이 지수의 중장기 경쟁력과 맞물린다는 시각이다.

이후 시장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제도적 조건’으로 옮겨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21일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여당은 주주총회 시즌 이전 처리를 통해 제도 효과를 조기에 시장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1년 이내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미 보유한 자사주 역시 일정 유예 기간을 거쳐 소각 대상에 포함된다. 

시장이 이 법안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배구조 논란보다도 발행 주식 수 감소에 따른 수급구조 변화에 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도입되면 코스피 상장 기업의 주식 수가 연평균 1% 안팎 감소할 수 있고, 이는 코스피 밸류에이션 재평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수 레벨이 빠르게 높아진 만큼 속도에 대한 경계도 병존한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통화정책 완화 기대와 함께 사상 최고 수준으로 불어난 증시 대기자금이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연이은 랠리 이후에는 단기과열 해소과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