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전기차 대체할 새 성장동력은…ESS·로봇 배터리에 사활

[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미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폐지한 이후 미국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그 여파가 국내 이차전지 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업계 ‘빅3’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지난해 4분기에 나란히 적자를 기록했다.

전기차 판매부진이 일시적 수요둔화인 ‘캐즘’을 넘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이차전지 업체들은 자구책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인공지능(AI) 산업 확산과 맞물린 휴머노이드 로봇용 배터리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매출 6조1415억원, 영업손실 1220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 흑자를 유지했으나, 전기차 수요가 급감한 4분기에 실적이 급락했다.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이후 미국 배터리팩 제조사 FBPS와 체결한 3조9000억원 규모 계약과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와의 9조6000억원 규모 계약이 잇따라 해지되면서, 회사는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삼성SDI도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3조857억원, 영업손실은 2992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 손실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으며, 조(兆) 단위 적자를 기록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삼성SDI는 2024년 4분기부터 5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부문인 SK온은 지난해 4분기에만 441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연간 적자규모는 9319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재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와 SK온의 합병을 추진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적자가 장기화되자 이차전지 3사는 전기차 중심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ESS와 로봇용 배터리 등 신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ESS는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설비로, 전력 안정성이 중요한 데이터센터에 필수적인 장치로 꼽힌다. AI 산업 확산으로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면서 ESS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6월 미국 미시간주 공장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 내년부터는 국내 오창공장에서도 1기가와트시(GWh) 규모의 ESS용 배터리 생산에 나선다.

SK온은 충남 서산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양산 검증을 마쳤으며, 미국 조지아주 공장의 일부 생산라인을 전환해 올해부터 본격 양산에 나선다.

삼성SDI 역시 미국 인디애나주 스텔란티스 합작공장의 일부라인을 ESS용 배터리 생산으로 전환하고 있다.

아울러, 휴머노이드 로봇용 배터리 시장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는 경량화와 장시간 사용이 가능한 배터리가 요구되며,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진 하이니켈(NCM) 배터리가 적합하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6곳 이상의 주요 로봇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와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폿2’에도 배터리를 납품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지난해 2월 현대차·기아와 로봇전용 배터리 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와 서비스 로봇 ‘달이’에 적용되는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SK온은 현대위아의 물류·주차 로봇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해당로봇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생산 현장에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