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천하 끝날까”…당정청,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추진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이 전통시장 보호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쿠팡 등 플랫폼 대기업에게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었다는 지적을 일부 수용키로 한 것이다.

5일 여권 소식통에 따르면 당·정·청은 전날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에서 실무 협의회를 열어 현행 유통법의 ‘대규모 점포 등에 대한 영업시간의 제한’(12조의2) 조항에 예외 단서를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에 대해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 제한', '매월 이틀의 의무휴업일 지정' 등 규제를 담고 있다. 

당·정·청은 여기에 ‘전자상거래를 위한 영업행위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 한다’는 조항을 삽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유통법이 개정되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도 심야 시간에 포장, 반출, 배송 등의 영업 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유통법 개정 움직임은 지난해 11월 대규모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김범석 의장 등 쿠팡 경영진이 국회의 청문회 출석 요구를 묵살하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쿠팡이 미국 정부에 구명 로비를 벌이며 한국 정부와 소비자들에게 역공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쿠팡을 규제하려면 수익의 원천인 유통 구조를 바꿔야 한다”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탈팡’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지만, 막상 쿠팡을 대체할 플랫폼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유통사의 공정한 경쟁을 독려하자는 취지로 법안을 준비 중”이라면서 “상임위에서 여야 간 의견 수렴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은 2013년 전통시장 보호와 근로자의 건강권 보장 등을 이유로 도입됐다. 하지만 이후 쿠팡이 로켓배송(2014년)과 새벽배송(2018년)을 순차 도입하면서 규제의 반사 이익을 가져갔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쿠팡 연매출(41조3000억원)이 국내 대형마트 전체 소매 판매액(37조1000억원)을 추월했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사후 약방문 격”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독점적 지위가 법 개정 한 번으로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라면서 “이커머스 업계에 쿠팡이 독주할 수 있는 환경이 이미 만들어져버렸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새벽배송 제한은 물론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조항도 모두 삭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당정도 의무휴업 조항 삭제를 검토했지만, 소상공인 단체 반발로 결국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상인연합회는 지난 2일 “대형마트에 새벽배송까지 허용될 경우 소비자의 구매 시간대와 수요가 완전히 대형 유통업체로 쏠리게 돼 지역 상권은 붕괴할 것”이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