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500조원 시대 ‘명암’…금융사 수수료 2조원 ‘훌쩍’

[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퇴직연금 적립금 500조원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금융사들이 거둬들인 수수료 수익도 2조원을 훨씬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들이 고객들의 실질 수익률 제고는 소홀히 한 채 ‘안정적 수익’ 챙기기에 치중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의 공시 자료 등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총액은 496조8021억원으로 추산됐다.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한 수치다. 작년 말 기준 1473조원인 국민연금 기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42개 퇴직연금 사업자(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가입자에게서 거둬들인 수수료 수익 총액은 2조120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2024년 결산 당시 약 1조7420억원에 비하면 1년 사이에 4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사업자별로 보면 대형 금융사들 쪽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업계 선두인 삼성생명이 약 54조4300억원의 적립금을 바탕으로 연간 약 2232억원 상당의 수수료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됐다. 신한은행은 적립금 53조8700억원에 2260억원대의 수입을 기록했다. 

이어 KB국민은행(적립금 48조4500억원)과 하나은행(48조3800억원) 등 주요 시중은행들도 각각 2000억 원 안팎의 수수료 수입을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운용 수익률과 무관한 수수료 구조, 형평성 논란 확산

이 같은 수수료 증가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착시현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수수료율이 소폭 낮아졌다는 지속적인 홍보성 발표와 달리, 적립금이라는 모수가 비대해지면서 금융사가 챙기는 실질적 금액은 오히려 급증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해 하반기 증시 흐름에 따라 실적배당형 상품의 적립금이 불어나면서 금융사가 가져가는 운용 관리 수익도 동반 상승했다.

반면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선택한 다수의 가입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이익을 얻으면서도 매년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지속적으로 부담하는 데 대해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입자들이 실제로 부담하는 금액을 한눈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수수료를 총액이 아닌 '총비용부담률'이라는 비율 형태로만 주로 공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공시 체계가 적립금 현황과 수수료율 자료를 별도로 분리해 제공함에 따라 일반 국민이 특정 금융사가 한 해 동안 가져간 전체 수입액을 확인하려면 복잡한 계산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제도의 견실한 성장을 위해서는 수수료 산정 방식과 공시 체계에 전향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단순한 비율 공시를 넘어 수수료 총액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제공하고, 적립금 규모에 비례해 수수료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제도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역시 파편화된 공시 정보를 통합해 가입자 누구나 자신의 노후 자산에서 얼마가 비용으로 빠져나가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공시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