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집값 오르면 젊은층 소비·후생 감소…고령층은 증가”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주택 가격이 오르면 '자산효과'(Wealth effect)에 의해 소비나 후생이 개선된다는 기존 연구결과와 상반된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집값 상승이 연령대나 주거 지위 등에 따라 차별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요체다.

한국은행은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주택 가격상승의 부정적 영향은 청년층과 같은 취약계층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먼저 가계금융복지조사 미시데이터를 활용해 실증분석한 결과, 40세 이하 젊은층 가운데 무주택자 그룹의 가계 평균소비성향 하락세가 두드러진 점을 확인했다.

이는 자산을 충분히 축적하지 못한 젊은층이 향후 주택 구매를 위해 저축을 늘리는 '투자효과' 때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연령대별 패널회귀분석 결과를 볼 때도 주택 가격상승시 50세 미만 가계의 소비가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주진철 한은 금융모형팀 차장은 "주택 가격이 1퍼센트(%) 상승할 경우 소비가 몇% 변하는지를 의미하는 소비의 주택가격 탄력성을 살펴보면, 50세 미만의 경우 -0.2%에서 -0.3% 내외의 값을 나타냈다"며 "젊은층의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50세 이상에서는 그 값이 0에 가깝고 통계적 유의성이 낮았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더 나아가 구조모형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주택 가격상승시 가계의 경제적 후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여기서 경제적 후생이란 비(非)주거 소비지출, 주거 서비스 소비, 유증에 따른 만족감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한은은 이를 소비지출 증감으로 환산해 측정했다. 

즉, 후생이 1% 감소했다는 것은 소비를 1% 줄이는 만큼의 효용감소를 의미한다.

그 결과, 주택 가격이 5% 오를 때 50세 미만 가계의 후생은 0.23% 감소한 반면, 50세 이상의 후생은 0.2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미 주택을 보유한 유주택자라도 50세 미만의 경우 후생이 감소했다. 그 기여도는 -0.09%포인트(p)로, 50세 미만 후생감소분 -0.23%의 약 40%를 차지했다.

주 차장은 "젊은층의 후생 감소는 무주택자가 향후 주택 구매를 위해 저축을 늘리는 '투자효과'와 유주택자가 대출을 늘리면서 원리금 상환부담으로 소비를 줄이는 '저량효과'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어 "젊은 유주택자는 상당수가 1주택에 자가 거주자나 저가주택 보유자인데, 소득대비 원리금 상환부담이 크고 주거사다리 상향이동 유인이 강해 투자효과와 저량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그는 "장년·고령층은 주거사다리 상향이동 유인이 크지 않고, 유주택자나 다주택자 비중이 높아 '자산효과'가 우세한 영향으로 후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주택 가격상승은 청년층 소비위축에 따른 내수기반 약화에 더해 높은 주거비 부담으로 인한 청년층의 만혼, 저출산 등 우리경제 구조적 문제의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대심리에 기반한 주택시장 과열을 방지하고, 청년층을 포함한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안정화 정책을 다각도로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