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설탕 3사에 과징금 4083억원…제재 받고도 또 담합 철퇴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국내 설탕 시장을 장기간 과점한 3개 업체가 짬짜미를 반복하다 4000억원대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과징금 합계액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사건에 부과한 역대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업체당 과징금 기준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재명 대통령이 물가교란 행위를 엄단하라고 주문한 가운데 검찰에 이어 공정위도 사건에 엄중한 처리 입장을 견지한다.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4년여 담합…역대 두번째 큰 담합 과징금

공정위는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이하 제당3사)이 사업자 간(B2B) 거래에서 4년여에 걸쳐 설탕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확인돼 합계 4083억1300만원(잠정)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제당3사는 2021년 2월∼2025년 4월 8차례(인상 6차례, 인하 2차례)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 변경폭과 시기 등을 합의해 실행했다.

이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이 금지한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거쳐 결론을 내렸다.

제당3사는 설탕 원료가격이 오르면 원가 상승분을 빨리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공급가격 인상시기와 폭을 합의해 실행했으며, 가격인상 제안을 수용하지 않는 수요처(식품·음료기업 등)를 공동으로 압박하기도 했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반대로 국제 원당가격이 낮아지는 시기에는 하락폭보다 설탕가격을 더 적게 인하하고 그 시기를 지연시키기로 합의한 것으로 판명됐다.

제당3사는 대표급, 본부장급, 영업임원급, 영업팀장급 등 직급별 모임·연락을 통해 가격을 합의했으며, 거래처별로 점유율이 높은 제당사가 협상을 하고 이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예컨대 A음료회사는 이 업체에 가장 많이 설탕을 공급하는 CJ제일제당이 담당했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B과자회사는 삼양사가, C음료회사는 대한제당이 주도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눠 협상했다.

이번 사건은 6개 액화석유가스(LPG) 공급회사에 부과한 6689억원(2010년)에 이어 단일 담합사건으로는 두 번째로 과징금 규모가 크다.

업체당 평균과징금은 1361억원으로 공정위의 담합 제재 사상 최대규모다.

업체별 과징금은 ▲CJ제일제당 1506억8900만원, ▲삼양사 1302억5100만원, ▲대한제당 1273억7300만원이다.

문재호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은 제당3사가 담합으로 올린 관련매출액은 3조2884억원이고, 과징금 부과기준율은 15%라고 설명했다.

시정명령에는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 가격 변경내역 보고 명령, 법 위반사실 통지명령, 임직원 교육실시 및 보고 명령, 영업팀 담합여부 자체조사 및 보고 명령, 담합 가담자에 대한 징계규정 신설 및 보고 명령이 담긴다.

◇오랜 과점·제재받고도 버릇 못버린 제당3사…"비난 가능성 높다"

제당3사의 설탕 가격담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2007년에도 비슷한 방식의 짬짜미로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2024년 3월 이번 사건 조사를 개시했다. 조사가 시작된 후에도 3사는 1년 넘게 담합태세를 유지했으며, 조사정보를 공유하며 공동대응을 논의하기도 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설탕산업은 수십년에 걸쳐 사실상 과점체제가 유지됐다. 1954년 제일제당 설립이후 부산제당 등 몇개의 군소업체가 진입한 적도 있었으나 곧 퇴출됐고, 현재의 제당3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2024년 내수 판매량을 기준으로 제당3사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약 89%에 달한다.

공정위는 설탕산업은 식·원자재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무역장벽까지 세워 국가가 안정적인 수요를 국내 생산자에게 보장하고 있음에도, 제조사들이 중대한 경제법 위반행위(담합)로 전 국민이 코로나19와 경기침체 등으로 고통받는 시기에 고통을 국민에게 가중하고 부당이득을 추구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설탕산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고, 제당사들은 이런 진입장벽을 활용해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담합을 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엄정하게 제재했다"며 "저희가 부과한 과징금이 그 부당이익을 충분히 넘어선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제당3사에 가격 재결정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들이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인 지난해 7월과 11월 및 올해 1월에 설탕가격을 내렸기 때문에 재결정명령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담합사건을 처리할 때 가격 재결정명령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실질적인 가격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제당3사의 담합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9∼11월에 검찰이 고발 요청한 3개 법인과 임직원 11명을 앞서 고발했다.

◇檢,먼저 기소…'전속고발제 폐지' 李대통령 언급·속도 낸 공정위

이번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담합으로 인한 식품 물가상승을 엄단하라고 주문함에 따라 당국이 보여준 대응의 연장선에 있다.

제당3사 담합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지난해 11월26일 대표급 임원 2명을 구속기소하고, 관계자 11명 불구속 기소했다.

공정거래법 위반사건은 공정위가 조사를 마치고 과징금·고발 처분을 하면 이후 검찰이 수사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먼저 조사에 착수했으나 공정위 처분에 앞서 검찰이 기소하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공정위는 이 사건을 지난해 10월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전날 오전 10시에 전원회의를 시작해 이날 오전 0시30분 무렵까지 식사시간을 빼고 13시간이 넘는 마라톤 심의를 한 후 결론을 내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3일 국무회의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원칙적으로 아무나 체포까지 할 수 있는 게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데, 왜 공정거래 사건은 누군가(공정위)가 꼭 고발해야 하고 고발 안하면 수사도 못하고 기소도 못하고 처벌도 못하고 그게 이상하지 않냐"라고 지적하며 공정위 권한인 전속고발제 폐지를 언급한 가운데 공정위가 바짝 긴장해 사건처리에 속도를 낸 모양새다.

주 위원장은 "'공정위가 너무 느리고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게 아니냐' 이런 오해가 있는데 설탕 담합 같은 경우는 공정위 조사가 없었으면 업체들이 왜 자진신고를 하겠냐"며 이번 사건처리에 공정위의 가격동향 분석과 인지조사 등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인식을 표명했다.

그는 "검찰 수사가 동시에 이루어지면 피조사자들, 특히 개인들은 공정위 조사보다는 형사사건 조사에 훨씬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며 "그런 차질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4개월이라는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공정위) 조사완료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