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 대물림이 가른 富격차…소득으론 못따라잡아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우리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이 단순히 매달 벌어들이는 월급의 차이를 넘어 이제는 개인이 보유한 자산의 격차로 고착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으면 자산 계층의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과 부동산 보유 여부가 평생의 부를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

1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산격차 요인 분석과 정책과제' 보고서(김성아·이주미·박형존·한솔희·한수진)에 따르면, 한국의 자산 불평등은 부동산과 대물림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심화하고 있으며, 소득만으로는 이 격차를 메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부모의 재력과 부동산이 결정하는 우리사회 부의 지도

자산은 단순한 경제적 여력을 나타내는 지표를 넘어 이혼이나 실업 등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가계를 보호하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사회의 자산 분포는 매우 불균등한 구조를 띠고 있다. 

보고서는 1995년부터 최근까지 한국 상위 10% 고자산가의 자산점유율이 65%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인 덴마크나 인접국가인 일본보다 높은 수준으로, 자산 격차의 실재가 소득 격차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의 자산 격차를 심화시키는 주범으로는 부동산 중심의 자산구조와 대출을 통한 자산증식 행태가 꼽힌다. 

분석 결과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것만으로도 중하위층의 자산수준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었지만, 최상위층으로 갈수록 부동산과 금융자산 그리고 부채를 동시에 대규모로 보유하며 부를 증식하는 양상이 뚜렷했다.

빚을 내어 부동산을 사고 그 가치가 상승하면서 자산이 다시 불어나는 연쇄고리가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는 것이다.

◇청년기 첫 단추가 평생을 좌우…갈수록 벌어지는 자산격차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은 청년기에 형성된 초기자산의 차이가 시간이 흐를수록 좁혀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격차로 벌어진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이 2007년 당시 청년층의 자산상태가 2023년까지 어떻게 변했는지 그 경로를 추적했다.

그 결과, 초기 단계에서 부모로부터 상속이나 증여받았거나 부채를 적절히 활용해 일찍 부동산을 취득한 집단은 이후 자산축적 과정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했다.

반면 사회생활 초기에 생활비 마련을 위해 빚을 지고 출발한 청년들은 시간이 지나도 자산 하위분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인구사회학적 특성에 따른 차별화된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성별에 따른 자산격차를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자산보유 확률과 수준이 모두 높았으며, 이는 혼인상태와 상호작용하며 더욱 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교육수준에 따른 자산 프리미엄도 존재했는데,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자산수준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종사상 지위에 따라서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고자산층에 진입할 확률이 가장 높았으며, 상용직 임금근로자보다 자영업자가 자산형성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

반면, 임시직이나 일용직근로자 그리고 장애인 가구 등은 자산 하위분위에 밀집해 있어 경제적 취약성이 굳어질 위험이 컸다.

◇일해서 번 돈으론 한계…자산형성 지원하는 사회적 안전망 시급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의 부와 소득간 상관관계는 점차 느슨해지고 있다. 

이는 열심히 일해서 번 소득만으로는 자산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며, 자산격차가 다시 소득격차를 강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수도권과 아파트 중심의 자산형성 행태 역시 지역간 불평등을 넘어 세대내와 세대간 기회의 불평등을 굳히는 주요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고서는 생애주기 관점의 포괄적인 정책설계를 제언한다. 

자산격차 완화의 기본방향은 정책지원의 우선순위를 중저자산층에 두고, 이들이 안정적으로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두어야 한다. 

청년기의 자산형성과 중장년기의 축적 그리고 노년기의 활용이 유기적으로 연동될 수 있도록 사회정책과 조세정책을 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사적 상속이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키지 않도록, 이를 사회전체의 자산으로 돌리는 사회적 상속개념의 도입이 필요하다. 

저소득층을 위한 자산형성 지원사업을 강화하고, 혼인이나 가족 해체에 따른 자산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성 인지적 정책설계도 시급하다. 

또한 수도권 집중완화를 위한 균형발전과 누진적인 자산 과세의 운용을 통해 자산의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자산의 공정한 형성과 분배는 사회적 통합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단순히 소득을 보전하는 차원을 넘어 자산형성의 기회가 모두에게 공정하게 주어질 수 있도록 정책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