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내유보금 163조원…AI 반도체 투자에 ‘실탄’ 쏜다

[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삼성전자의 미처분 이익잉여금이 160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순이익 증가가 사내 유보금 확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한 설비 및 연구개발(R&D) 투자에 속도를 낼지 주목하고 있다.

20일 삼성전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연결기준 미처분 이익잉여금은 163조6541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146조886억원보다 약 12%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규모이다.

미처분 이익잉여금은 기업이 영업활동 등으로 벌어들인 이익 중 아직 사용처를 정하지 않고 사내에 적립해 둔 자금이다. 향후 시설 투자나 R&D, 배당 재원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임의적립금 등을 포함한 전체 이익잉여금은 402조1356억원으로, 전년(370조5131억원)보다 8.5% 늘었다. 총 이익잉여금이 4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개선된 영향이 반영됐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333조605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43조6011억원으로 역대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확대된 유보금을 기반으로 AI 반도체 분야에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이 변수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6세대 HBM(HBM4) 양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생산설비 확충과 기술개발 투자가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HBM4의 핵심 재료인 1c D램 생산을 위해 평택캠퍼스 P4(4공장)를 건설 중이며, P5(5공장)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공장에서 차세대 HBM을 생산할 계획이다. 전 세대인 HBM3E에서는 경쟁사에 주도권을 내줬지만, HBM4에서는 격차를 줄이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HBM4를 고객사에 양산 출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HBM 시장은 생산능력 확보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설비투자 규모가 향후 판도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도 투자확대 여부가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테슬라와 24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미국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 공정을 활용한 생산을 준비 중이다.

한편, 경쟁사인 TSMC가 미국내 추가 투자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 역시 글로벌 생산거점 확대를 위한 추가 투자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확보된 자금이 설비 확충과 차세대 기술 개발로 이어질지가 향후 시장 지형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