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호관세 무효에 “변수 더 커졌다”…반도체·가전 ‘전략 재점검’ 골몰

[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에 대해 미국 연방대법원이 위법 판단을 내리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전자업계가 다시 불확실성 국면에 접어들었다.

업계는 당장의 관세 부담 완화보다, 향후 미국 정부가 내놓을 대체 조치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메모리 반도체는 이번 판결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크지 않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일률적 상호관세가 무력화되자, 다른 법적 근거를 통해 새로운 관세 체계를 설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가 ‘전략 품목’으로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안정과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한국 기업에 현지 투자 및 고용 확대를 요구해 온 만큼, 향후 압박수위가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품목별 관세부과 카드를 활용해 반도체 기업을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이 경우 메모리를 대량 구매하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어 현실화 여부는 미지수다.

관세 외 다른 규제수단이 동원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연방대법원 판결 직후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모든 국가에 1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150일간 해당조치가 유지되는 동안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간 미국측이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제한, ▲통신망 사용료 부과,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 등을 자국 빅테크에 대한 차별로 지적해 온 만큼, 이 사안들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경우 정부와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외 전자업계는 안도와 긴장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스마트폰과 TV는 상호관세 대상 품목이었던 만큼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상호관세를 대체할 새로운 관세나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특히 연방대법원이 중국산 전자제품에 추가 부과됐던 이른바 ‘펜타닐 관세’까지 무효로 판단하면서 경쟁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관세 부담이 줄어든 중국 업체들이 가격 인하나 물량 공세에 나설 경우, 중저가 시장을 중심으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대형가전도 상황은 복합적이다.

완제품에 일괄 적용되던 상호관세가 사라지면 한국산 제품의 미국 수출가격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제품에 다량 사용되는 철강은 별도의 고율 품목관세 체계가 적용되고 있다. 상호관세 인하분 만큼 품목관세가 인상될 경우, 실질적 부담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가전업계는 미국내 생산 확대, 멕시코 및 동남아시아를 통한 우회 생산, 한국 직수출 비중 조정 등 다양한 대응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형태만 바뀔 뿐 근본적인 압박은 지속될 수 있다”며 “정책방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생산 및 투자 전략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