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이어 엘리엇도 배상취소 승소…1,600억 국고유출 막아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진교 기자]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의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 취소소송에서 정부가 승소 판결을 받아 1600억 원의 배상 책임이 사라졌다.

정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의결권을 행사했던 국민연금공단을 두고 '국가기관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폈고, 영국 법원은 우리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정부는 23일 오후 "오후 7시 30분쯤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 사모펀드 엘리엇을 상대로 한 ISDS 사건 중재판정 영국 법원 취소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승소 판결로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기존 원 중재판정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됐고, 사건은 중재절차로 환송됐다"고 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7시 30분 브리핑에서 "정부는 엘리엇 소송 비용의 6분의 1을 쓰고도 취소소송 바늘구멍 3%(영국 법원 중재판정 취소소송 인용률)를 뚫었다"며 "8년간 승소를 위해 헌신한 법무부, 보건복지부 공직자들과 대리인단, 믿어주신 국민 덕분"이라고 말했다.

엘리엇 사건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했는데도 주요 주주였던 정부 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이 이에 찬성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다.

당시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엘리엇은 자신들의 반대에도 합병이 성사되자,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의결권 행사 등을 문제 삼아 2018년 7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ISDS를 제기했다.

2023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약 1천556억원(약 1억782만달러)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한국 정부는 한미 FTA 규정을 근거로 PCA가 관할권이 없는 사건을 판정했다며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2024년 8월 정부가 근거로 든 한미 FTA 조항에 대해 영국 중재법상 재판권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며 소송을 각하했다.

반면 2심인 영국 항소법원(Court of Appeal)은 지난해 7월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사건을 다시 1심 법원인 고등법원(High Court)으로 환송했다.

사건을 돌려받은 고등법원은 PCA 중재 판정에 취소 사유가 있는지를 따져본 뒤, 이날 한국 정부의 주장을 인용해 중재판정을 일부 취소했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 국민연금공단은 정부와 별개의 법인격을 보유한 점 ▲ 공적연금기금의 운용이 치안, 국방 등 국가의 핵심 기능에 해당하지 않는 점 ▲ 국민연금공단의 일상적 의사결정이 정부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춰 원 중재판정 중 국민연금공단이 국가기관임을 전제로 한 판단 부분을 취소했다.

다만,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합병 관련 국민연금공단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한 행위는 FTA 중 소정의 '관련성 있는 조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기존의 원 중재판정은 더는 유지될 수 없게 됐고, 사건은 중재절차로 다시 환송됐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매각 관련 ISDS 중재판정 취소 신청 사건에서도 승소해 약 4천억원 규모의 배상 책임에서 벗어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