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전기차 수요둔화에 ‘비상경영’…자산매각에 인력감축

[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전기차 수요둔화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배터리 3사가 수익성 방어와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한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투자재원 마련과 차입금 상환을 위한 현금 확보에 나서는 한편, 조직 효율화와 자산 유동화 등 전방위 대응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일본 완성차업체 혼다와 합작해 설립한 미국 오하이오주 배터리 공장의 건물 및 관련설비 자산을 올해 1분기 중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모는 약 4조2212억원으로 추산된다. 회사는 확보한 자금을 합작법인의 차입금 상환과 유동성 보강에 활용할 계획이다.

건물 매각 이후에는 임차방식을 통해 기존 생산과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단기투자 부담을 완화하고 자본 운용 효율성을 높여 현금흐름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성장이 기대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는 기존 조인트벤처(JV) 공장의 유휴라인을 활용해 추가 투자 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올해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운영 효율화 등 그간의 노력을 실질적인 성과로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삼성SDI도 대규모 자산 매각을 통해 실탄 확보에 나섰다.

삼성SDI는 지난 19일 보유중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 추진안을 이사회에 보고했다고 공시했다.

회사가 보유한 지분 15.2%의 장부가액은 2025년 말 기준 11조1543억원이다. 전량 매각시 11조원대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매년 1조원 이상의 배당수익을 제공하던 핵심자산을 매각하려는 배경에는 본업 부진과 미래 투자 부담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업황 악화로 적자 전환한 상황에서 전고체 배터리와 ESS 등 차세대 기술투자까지 감당해야 하는 만큼 재무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약 3조3000억원을 시설투자에 집행했으며, 올해도 3조2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유상증자 대신 지분 매각을 선택한 점도 눈길을 끈다. 삼성SDI는 지난해 3월 약 1조6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가 주주 반발에 직면한 바 있다.

최근 정부의 주주 환원 강화기조까지 감안하면 추가 유상증자는 기업 가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매각규모와 거래 상대방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SK온은 인력 구조조정을 포함한 고강도 자구책을 가동했다.

전기차 시장 둔화의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1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2년 만에 다시 희망퇴직을 시행하기로 했다.

대상은 지난해 1월 이전 입사자로, 신청자에게는 근속연수에 따라 최소 6개월에서 최대 30개월치 위로금을 지급한다.

이와 함께 최장 2년간 학비를 지원하는 무급휴직 형태의 자기계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회사는 이번 조치를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조직간 시너지 강화를 명분으로 서울 본사인력 일부를 대전 미래기술원으로 이전하는 등 내부 재편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 근무를 전제로 입사한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자연스러운 퇴사를 유도하는 조치가 아니냐는 반발도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회복시점이 불투명한 가운데, 배터리 업계의 유동성 확보와 구조조정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