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수익성 감소 감안한 ‘확장전략?’…물류·글로벌 사업에 대규모 투자

[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과 이익을 기록한 쿠팡Inc가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7% 급감했다고 발표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개인정보 유출사태에 따른 ‘수익성 쇼크’로 비춰진다. 하지만, 일회성 비용에 따른 기저효과와 미래 성장을 위한 선제적 투자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모회사 쿠팡Inc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97% 감소한 115억원에 그쳤으며,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기간 매출은 약 12조8103억원(88억3500만달러)으로 11% 증가했다.

쿠팡이 국내 유통업계에서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었고,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4분기 중 일부 기간에만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익 감소폭은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돈다.

다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공시자료를 보면, 전년 4분기 실적에는 일회성 보험금 수익이 포함돼 있었다. 지난 2024년 4분기 영업이익 4353억원 가운데 약 2441억원은 덕평 물류센터 화재와 관련한 보험금 수익이었다.

이를 제외할 경우 당시 실질 영업이익은 약 1912억원 수준으로, 이를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감소율은 94% 수준으로 낮아진다.

개인정보 유출사태의 여파가 12월 말 성수기와 겹친 점도 실적에 부담을 줬다.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특수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상황에서 물류 인프라 확충과 대만 등 해외 성장사업에 대한 투자는 예정대로 집행되면서 이익 폭이 크게 축소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4분기 매출원가가 15% 증가하며 매출증가율(11%)을 상회한 점이 눈에 띈다.

이에 따라 매출총이익률은 2.48%포인트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개인정보 사고대응 비용과 신사업 투자 부담이 매출원가에 일부 반영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4분기에 ‘빅배스(Big Bath)’ 전략을 택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는 일회성 비용이나 잠재손실을 한 분기에 집중반영해 이후 실적개선 효과를 노리는 보수적 회계 기법이다. 다만 회사가 세부비용 항목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원인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거랍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콘퍼런스콜에서 “그간 이어온 마진 확대추세가 올해는 중단(disrupted)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사고관련 잠재 리스크와 성장 투자부담을 상대적으로 실적이 견조했던 연간 흐름에 흡수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앞으로의 분기 실적흐름이 이번 급감의 성격을 가를 전망이다. 회사측은 1분기 매출이 고정환율 기준 5~10%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며 점진적 회복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용자 지표는 아직 완전한 회복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의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는 3312만343명으로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개인정보 유출사실이 알려진 이후 3개월 연속 감소세다.  다만 감소폭은 지난 1월 3.2%에서 2월 0.2%로 줄어들며 불매 움직임은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다.

대만에서도 정보 유출이 확인된 만큼, 현지 소비자 반응과 정부 대응 역시 변수로 꼽힌다.

분기 실적 급감과 달리 연간 기준 성과는 견조하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49조1197억원(345억3400만달러), 당기순이익 3300억원(2억1400만달러)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6790억원(4억7300만달러)으로 최대치에 근접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63억1800만달러(약 9조3056억원)로 전년보다 증가했다. 장부상 이익은 줄었지만 실질적인 현금여력은 오히려 확대된 셈이다.

쿠팡은 이같은 여유자금을 배당보다 미래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유형자산 취득액은 12억5400만달러(약 1조8552억원)로 전년 대비 53% 급증했다.

대만 사업과 쿠팡이츠 등이 포함된 성장사업 부문의 조정 에비타(EBITDA) 손실도 2억2500만달러(약 3328억원)로 확대됐다.

국내 물류 인프라 투자 역시 기존계획 3조원을 넘어 4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쿠팡Inc가 첫 배당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당분간 배당보다 투자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