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HBM 실탄’ 35조 확보…AI 메모리 투자 가속

[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SK하이닉스의 재무구조가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에 힘입어 크게 개선됐다.

대규모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면서 사실상 외부 차입 의존도가 낮은 ‘순현금’ 구조에 가까운 재무 체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6일 SK하이닉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4조942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4조1563억원) 대비 146.8%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자본규모 역시 73조9157억원에서 120조666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차입금은 22조6837억원에서 22조2479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반면 보유현금이 크게 늘면서 순차입금 비율은 11.54%에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순차입금 비율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회사가 보유한 현금이 차입금보다 많다는 의미로, 사실상 ‘순현금’ 상태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부채비율도 큰 폭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부채비율은 45.95%로 전년(62.15%) 대비 감소했다.

반도체 업황이 침체됐던 2023년 당시 순차입금 비율(38.4%)과 부채비율(87.52%)과 비교하면 재무 안정성이 크게 개선된 셈이다.

이같은 변화는 AI 수요 확대에 따른 메모리 판매 증가가 배경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등 고부가가치 AI 메모리 공급을 확대하며 대규모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적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47조206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특히 고부가 제품 비중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은 58%로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실적 전망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최대 170조원 수준까지 제시하며, AI 메모리 수요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풍부한 현금여력을 확보한 SK하이닉스는 향후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차세대 HBM4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생산능력(캐파) 확대가 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차세대 제품 경쟁에서도 선제 대응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HBM4 이후 세대인 7세대 ‘HBM4E’ 개발에서도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회사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건설에 총 31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약 21조6000억원의 신규시설 투자비를 오는 2030년 12월까지 집행할 계획이다.

한편, 경쟁사인 삼성전자 역시 AI 반도체 수요증가에 따라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확대하며 투자여력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HBM을 중심으로 한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