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절정…닷새간 마통 1.3조↑, 5년3개월만에 최대폭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진교 기자] 중동 사태로 증시가 ‘롤러코스터’처럼 출렁거리자 개인 투자자들이 불과 사흘 동안 1조가 넘는 ‘마이너스 통장(마통)’을 뚫어 매수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 NH농협)의 지난 5일 기준 개인 마통 잔액은 40조7227억원으로 집계됐다.

2월 말 (39조 4249억원) 이후 불과 닷새 만에 1조 2979억원 급증한 것으로, 대체공휴일 이후 실제 영업일이 3일부터였음을 감안하면 마통 잔액이 사흘만에 1조 3000억원이 불어난 것이다. 잔액 규모는 역대 월말과 비교해 2022년 12월 말(42조546억원) 이후 3년 2개월여만에 최대 기록이다.

아직 5일간의 통계지만 증가 폭(+1조2천979억원)은 월간 기준으로 2020년 11월(+2조1천263억원) 이래 5년 3개월여만에 가장 큰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이란 사태로 증시가 10% 넘는 급락과 급등을 이어가자 개인 투자자들이 ‘빚투’에 나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은행권에서 집행된 신용대출의 대부분이 증권사로 이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도 지난 5일 약 130조 9000억원대에 달했다. 사태 발발 이후 연일 130조원대를 유지하며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번 중동 사태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보고 ‘사자’ 행렬에 나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0조 6501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삼성전자(4조 9207억원)와 SK하이닉스(2조 711억원), 현대차(1조 3663억원)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대거 사들였다.

반면 외국인은 개미들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7조 463억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5조 2721억원)와 SK하이닉스(1조 8770억원), 현대차(9148억원) 등의 순으로 순매도한 물량을 개인이 받아낸 모양새가 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의 신용대출 증가는 증권사로 이체가 주요 원인"이라며 "지난주 코스피·코스닥 급락 당시 증권사 이체액이 하루 1500억을 넘어선 것으로 미뤄 한도 대출(마통) 중심의 빚투 영향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5대 은행의 5일 기준 신용대출(일반신용대출+마통)은 105조7065억원으로 닷새 만에 1조3945억원이나 뛰었다. 이달 말까지 이 증가 폭이 유지될 경우, 2021년 7월(+1조8637억원) 이후 최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금에서도 대거 자금이 이탈해 5대 은행의 정기예금은 5일 현재 944조1025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조7872억원 급감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 자금인 요구불예금에서도 같은 기간 8조5993억원이 빠져나가며 잔액이 676조2610억원으로 줄었다.

최근 시장금리와 함께 예금금리도 전반적으로 오르는 추세인데도 이같이 예금이 줄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 감소의 상당 부분이 금리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투자 수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앞으로 중동 상황과 국내외 시황에 따라 신용대출이 더 늘어나고 자금이 증시로 계속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