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들이 이르면 3년안에 보유지분을 20% 이하로 낮춰야 하는 고강도 규제가 추진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가상자산 2단계 입법 과정에서 이른바 ‘거래소판 인터넷전문은행법’ 도입에 가닥을 잡으면서, 수천억원 규모의 지분 매각 압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경영권 약화와 시장 왜곡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을 통해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 보유한도를 20%로 제한하고, 약 3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비트와 빗썸 등 대형거래소에는 3년의 유예기간이 적용되고, 코인원·코빗·고팍스 등 시장점유율이 낮은 거래소에는 추가로 3년의 유예기간을 더 부여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일부 예외조항도 검토되고 있다. 신규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자와 원화마켓이 아닌 코인마켓 거래소의 경우, 최대 34%까지 지분 보유를 허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같은 지분 규제틀은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규제와 유사한 구조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산업자본이 최대 34%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 역시 금융 인프라 성격이 강화되면서 유사한 수준의 지배구조 규제가 적용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거래소 지분 규제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거래소와 대주주 간 이해 충돌 가능성을 줄이고 시장 신뢰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대주주 지분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해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거래소를 사실상 지배하는 구조를 완화하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법 시행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거래소 지분 매각이나 전략적 투자유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내 5대 원화 거래소 모두 대주주 지분이 상한선인 20%를 크게 웃도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규제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지분 제한이 경영 안정성과 투자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이용자들이 거래소를 선택하는 기준이 유동성과 거래 편의성 등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단순한 지분 규제만으로 시장 점유율 변화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대주주 지분 제한과 은행 중심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 핵심쟁점을 둘러싼 당정 간 이견으로 디지털자산 기본법 입법이 지연되면서 정작 시장에 필요한 정책과제들이 뒤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도입을 예고했던 일반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가이드라인 역시 아직 구체적인 시행방향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