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강기용 기자]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압박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이 빨리 끝날 것이라며 장기전 우려 불식에 나섰다.
대이란 군사작전 10일차에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메시지는 유가 급등에 따른 충격과 이란의 강경파 후계자 선출에 따른 급격한 확전 우려를 진정시키려는 의도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전쟁의 깊은 수렁에 급격히 빨려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에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종결시점에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고, 더 강한 타격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성 발언도 동시에 내놓으며 메시지의 균형을 맞췄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소재 자신의 골프리조트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합동작전을 통해 거둔 성과들을 나열하면서 "이란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몇 시간 전 미 CBS방송과 한 인터뷰에서도 전쟁이 거의 끝나간다고 했다. 종료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에 따른 유가급등으로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미국내 여론도 악화하는 가운데 전쟁의 조기종결을 내세워 진정을 도모하려는 취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후계자로 강경파인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선출되면서 결사항전에 따른 확전 우려가 고조되는 시점이기도 했다.
미국이 이란에서 상당한 수준의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전쟁이 일찍 끝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제시한 것이기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조기 종전'에 대한 기대를 높이며 당장 시장에 파급력을 몰고 왔다.
전쟁 격화 우려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며 급등하던 국제유가가 곧바로 크게 떨어졌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모두 배럴당 90달러선 아래로 떨어져 직전 거래일인 지난 6일 종가를 하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면서 뉴욕증시 마감 무렵 브렌트유는 이날 종가 대비 4.61% 하락한 배럴당 88.42달러에, WTI는 종가 대비 6.56% 하락한 배럴당 84.94달러에 각각 거래돼 모두 배럴당 90달러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직전 거래일인 지난 6일 종가 대비 오히려 하락한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1시간 동안 통화했다는 크렘린궁의 발표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모종의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아주 좋은 통화를 했으며, 푸틴 대통령이 이란사태와 관련해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이란에 미국의 군함과 항공기 위치정보를 제공하며 지원사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관여 중단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원유부족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도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성 발언도 거듭 내놓았다. 전쟁장기화에 대한 미국내 우려속에 서둘러 전쟁에서 발을 빼려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지 않도록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이란이 원유 공급을 해치면 더욱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회견 직전 있었던 공화당 의원들 상대 연설에서도 "우리는 여러 면에서 이겼지만 충분치는 않다"면서 궁극적 승리 달성을 위해 어느 때보다 확고한 결의를 가지고 전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주 곧 이란 전쟁이 끝날 것이라면서도 '이번 주에 끝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전쟁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시장 및 여론 진정의 효과를 꾀하는 한편 군사작전 종료시점에 대해서는 열어둠으로써 운신의 폭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1월 있을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전쟁을 반드시 외교·안보적 치적으로 삼아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유가급등의 충격파를 가급적 최소화하는 게 중대과제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출구' 구상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은 만큼, 이란 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전쟁을 총괄하는 미 국방부의 피트 헤그세스 장관이 8일 공개된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해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군통수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후계자를 공식 발표하며 하메네이 공백상황을 수습하고 내부 전열정비에 나선 이란이 어떤 전략을 구사하느냐도 상황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즈타바의 후계자 선출에 대해 "실망했다", "큰 실수" 같은 발언을 내놓으며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모즈타바 역시 아버지와 같은 '참수작전'의 운명을 맞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즉답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