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환원 정책을 둘러싼 기업과 주주간 힘겨루기가 치열할 전망이다.
특히 소수주주 권한을 강화한 개정상법의 하반기 시행을 앞두고 주요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막 구축을 서두르면서 이번 주총시즌이 기업 지배구조의 향배를 가름할 것이라는 평가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이번달 집중적으로 열리는 정기주총을 앞두고 상법 개정에 따른 전략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개정상법은 ▲소수주주 권한 강화와 ▲이사회 견제기능 확대가 골자다.
오는 7월23일에는 ▲감사위원 선임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확대 시행된다.
또 9월10일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선임시 분리선출 확대 규정이 도입된다.
이에 따라 주요 상장사들은 저마다 바뀐 제도에 맞춰 정관 변경을 포함해 지배구조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한화그룹 계열 상장사들은 이번 정기주총을 앞두고 이사 임기를 기존 '2년 이내'에서 '3년 또는 3년 이내'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안을 일제히 상정했다.
집중투표제가 적용되는 대규모 기업에서는 한번에 선임하는 이사가 많을수록, 소수주주 지지 후보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커진다.
기업이 이사 임기를 연장하면 한번에 교체되는 이사가 줄면서 이런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이사 정원을 줄이거나 임기시차제를 도입하는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사 임기를 '3년'에서 '3년 이내'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중이고, 효성그룹 계열사들은 이사 정원상한을 16명에서 7~9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한화갤러리아는 13명에서 7명으로, LS일렉트릭은 9명에서 5명으로, 셀트리온은 15명에서 9명으로 규모를 줄이는 등 주요 상장사들이 이사진을 줄이고 있다.
아울러 올해 주총에서는 감사위원 중 최소 2명을 분리선출하도록 하는 규정 때문에, 대주주 영향력 축소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감사위원을 선임하려는 사례가 늘 것이라는 관측이다.
통상적으로 3명 또는 5명으로 구성되던 감사위원회 정원을 늘리는 것도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다.
한화오션은 이번 주총에서 2명의 감사위원을 신규선임할 예정으로, 현재 3명인 위원 중 1명의 임기가 이달 만료되면 전체정원은 4명으로 늘어난다.
이와 함께 기업들은 자사주 취득시 1년내 소각을 의무화한 개정상법에 따라 자사주 소각을 잇따라 결정하고 있다.
전날 SK㈜는 5조원이 넘는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체발행주식의 약 20%로, 지주사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이처럼 수성에 나선 기업들에 맞서 행동주의 펀드 및 시민단체들도 본격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배당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 강화뿐만 아니라 이사회 진입 확대를 통한 기업 의사결정에 대한 참여까지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LG화학 지분 0.67%를 보유한 영국계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은 최근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 선임독립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도 DB손해보험에 외형 중심이 아닌 수익성 중심 경영전략 수립, 주주환원 정책고도화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또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에이플러스에셋, 코웨이, 덴티움, 가비아, 솔루엠 등에 잇따라 주주제안을 제출해 거버넌스 개선을 요구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KCC에 삼성물산 주식의 유동화, 자사주 소각 등 요구를 담은 주주서한을 보냈다.
여기에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한화그룹의 정관 변경시도에 대해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기조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에게 반대 의결권 행사를 촉구했다.
이사 보수한도 승인 역시 올해 주총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이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자신의 이사 보수한도 결의에 찬성표를 던진 2023년 주총 결의가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앞으로는 임원의 이른바 '셀프 보수 결의'가 어렵게 됐다.
이처럼 올해 주총에서는 기업과 소수주주 간 수싸움이 팽팽하게 펼쳐지면서, 주주제안과 표 대결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최근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세미나에서 올해 정기주총이 개정상법 시행 전 마지막 주총으로서, 향후 기업 거버넌스 재편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회사(지배주주) 측에서 개정상법 발효 전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의안을 발의하는 주총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고, 그에 맞서 일반주주와 기관투자자들이 결집해 곳곳에서 표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주총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주총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