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인공지능(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능력(캐파) 확보 경쟁에 본격 나서고 있다.
기술 경쟁을 넘어 얼마나 많은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가 시장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글로벌 메모리 3사는 HBM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HBM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다.
특히 차세대 AI 가속기와 그래픽처리장치(GPU)에는 대량의 HBM이 필수적으로 탑재되기 때문에 AI 반도체 생산확대는 곧 HBM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데이터 처리속도를 크게 끌어올린 차세대 메모리다.
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HPC) 환경에서 필수적인 부품으로 꼽힌다. 기존 메모리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와 대역폭이 크게 향상돼 대규모 연산을 수행하는 AI 시스템에서 사실상 표준 메모리로 자리잡고 있다.
다만 수요 증가속도에 비해 생산 확대가 쉽지 않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HBM은 첨단 패키징 기술과 높은 수율 확보가 요구돼 생산공정이 복잡하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메모리 기업들은 기술 경쟁을 넘어 장기 공급계약 확보를 위한 ‘물량 경쟁’에도 나서고 있다.
실제로 HBM 공급 계약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1년 단위 계약후 분기마다 가격을 협상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최근에는 계약 종료시점의 시세를 반영해 가격을 조정하는 ‘사후 정산’ 방식이나 2년 이상의 장기계약이 늘어나는 추세다.
HBM 공급부족 현상이 최소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대규모 설비투자에 착수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거점인 평택캠퍼스를 중심으로 HBM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평택 공장은 첨단 메모리 생산의 핵심거점으로, 향후 AI 메모리 수요 대응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생산기지, 미국 인디애나주를 잇는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투자규모도 당초 약 15조원에서 21조원 수준으로 확대하며 생산능력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현재 HBM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시장 지위를 더욱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론 역시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정책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 아이다호주와 뉴욕주에 총 1000억달러(약 148조원) 이상을 투자해 장기적으로 메모리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정책과 맞물리면서 투자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향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누가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생산라인을 가동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분석한다.
주요 메모리 기업들의 기존공장 내 유휴공간이 부족해 단기간에 생산설비 증설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급확대가 빠르게 이뤄지기 어려워 HBM 수급 불균형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