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국내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오픈월드 장르에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막대한 자본과 긴 개발기간이 필요한 장르인 만큼, 업계에서는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오픈월드는 이용자가 게임 속 세계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탐험할 수 있는 구조를 의미한다. 단순히 맵의 크기가 큰 것에 그치지 않고, 이동 경로나 퀘스트 수행 순서를 이용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높은 자유도가 핵심이다.
초기 오픈월드 게임들은 풀 한포기까지 세밀하게 묘사하는 등 사실적인 환경 구현을 통해 몰입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오픈월드는 콘솔 시장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닌텐도가 개발한 ‘젤다의 전설’ 시리즈가 대표적인 사례다. 광활한 세계를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는 구조와 높은 완성도의 그래픽으로 글로벌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가 개발한 ‘원신’ 역시 오픈월드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게임이다. 서브컬처 장르에 오픈월드 특유의 높은 자유도를 접목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후 유사한 구조의 게임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원신 라이크’라는 표현이 생길 정도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반면, 국내 게임사들은 그동안 온라인 기반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주력해 왔다.
국내 콘솔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았던 탓에 오픈월드 구조를 전면적으로 적용한 작품은 많지 않았고, 글로벌 대작에 견줄 만한 사례도 드물었다.
일부 게임이 오픈월드 요소를 도입했지만 사냥터 중심의 기존 MMORPG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최근 들어 이러한 흐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GTA5’와 ‘원신’ 등 오픈월드 요소를 활용한 게임들이 흥행을 이어가자, 국내 게임사들도 본격적으로 관련장르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펄어비스의 신작 ‘붉은 사막’이다. 이 작품은 광활한 파이웰 대륙을 배경으로 탐험과 전투,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오는 20일 콘솔과 PC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동시 출시될 예정이다.
해외 대작에 버금가는 AAA급 게임으로 평가받으며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팀 위시리스트 200만건을 돌파하는 등 한국형 오픈월드 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줄 작품으로 주목받는다.
넷마블도 오픈월드 기반 신작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내달 출시 예정인 ‘일곱 개의 대죄: Origin’은 게임 속 세계관인 브리타니아 대륙을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는 오픈 액션 RPG다.
오는 17일 플레이스테이션(PS5)과 스팀을 통해 선공개되며, 일주일 뒤인 24일에는 모바일을 포함한 전 플랫폼에서 정식 출시된다.
넷마블은 신작 흥행을 위해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대만 등 주요 10개국에서 대규모 옥외광고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오픈월드 기반 신작 라인업을 준비 중이다.
자회사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가 개발중인 좀비 생존 시뮬레이터 ‘갓 세이브 버밍엄’을 올해 4분기 선보일 예정이다. 또 AAA급 액션 MMORPG ‘크로노 오디세이’도 내년 1분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콘솔과 PC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오픈월드 구조를 채택했다.
다만 오픈월드 게임은 이른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장르로 평가된다. 방대한 맵을 구현하기 위해 막대한 개발비와 긴 개발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흥행에 성공하면 글로벌 대작으로 자리잡을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회사 전체 실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펄어비스는 ‘붉은 사막’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자체 게임 엔진을 고도화하고 개발에만 7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출시 일정이 두 차례 연기됐고, 신작 공백이 길어지면서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높아진 이용자들의 기대치 역시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지난 1월 웹젠이 선보인 ‘드래곤소드’는 서브컬처와 오픈월드를 결합한 신작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이용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이후 개발사 하운드13과 퍼블리싱을 맡은 웹젠간 책임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게임사들의 오픈월드 도전이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높은 개발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