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정몽규 HDC 회장 검찰 고발…친족 계열사 20개 신고 누락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정몽규(64) HDC 회장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 지정을 위한 자료(지정 자료)를 제출하면서 계열사를 다수 누락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취임 후 대기업 총수 고발은 세 번째다. 작년에 신동원(68) 농심 회장과 올해 초 김준기(82) DB 회장이 지정 자료 허위 제출을 이유로 고발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정 자료를 내면서 계열사를 2021년 17개, 2022년 19개, 2023년 19개, 2024년 18개 빼놓았다. 중복을 제외하면 누락 회사는 모두 20개다.

이 가운데 SJG홀딩스 등 12개는 정 회장의 외삼촌인 박세종(87) SJG세종 명예회장 일가가, 인트란스해운 등 8개는 여동생 정유경(56) 씨와 남편 김종엽(55) 인트란스해운 대표 일가가 지배하는 기업으로 공정위는 파악했다.

HDC는 지난해 기준 대기업순위 34위 대기업 집단으로, 2000년 이후로 대기업 집단으로 분류돼 공시 의무를 적용받고 있다. 

공정위는 정 회장이 지정 자료를 허위로 낸 것은 HDC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된 2006년부터 2024년까지 19년에 걸쳐 이어졌지만, 공소시효(5년)를 고려해 2021년 이후 누락만 제재 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정 회장이 장기간 총수의 자리에 있었고 친족 간의 교류가 지속된 점에 비춰볼 때 지정 자료 허위 제출을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현저'(동생 일가 회사 8개)하거나 '상당'(외삼촌 일가 회사 12개)하다고 판단했다.

HDC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과 정 회장의 비서진은 친족 회사 누락을 발견, 해당 회사로부터 계열 요건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예상되는 제재 수준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초 공정위가 정 회장의 사촌 정몽진(66) KCC 회장을 지정 자료 누락으로 검찰에 고발한 일이 계기였다는 것이다.

당시 정 회장은 누락 문제를 보고 받고 해당 친족을 만나보도록 지시했던 정황이 드러나는 등 자료 누락은 고의적이라고 공정위는 평가했다.

누락한 회사들의 자산 합계는 1조원을 웃돌았다. 이들 기업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빠짐에 따라 사익편취 규제 또는 공시의무 등 적용을 받지 않았다.

박 명예회장 일가가 소유한 전시업체 쿤스트할레는 HDC 계열회사에 건물 관리 업무를 맡기는 등 장기간 거래 관계가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지정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HDC그룹, “은폐 의도 없어…고발 유감”…
“SJG세종 계열사와 1건 거래가 유일”

이에 대해 HDC그룹은 이날 발표한 입장 자료에서 "그동안 지분 보유나 거래관계 없이 처음부터 상호 독립적으로 운영돼 온 친족 회사들에 대한 신고 과정에서 단순 누락에 불과하다"면서 "고발 결정을 내린 것에 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친인척이 경영하는 SJG세종, 인트란스해운과 그 계열사들은 정 회장이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고 있고 1999년 HDC가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 독립한 이후 거래가 없었고 채무보증 등도 전혀 없는 회사들"이라고 설명했다.

또 "2025년 공정위로부터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친족 독립경영 인정을 받음으로써 실질적으로 HDC의 지배력 아래 있지 않았음을 공식 확인한 회사들"이라고 주장했다.

HDC그룹은 친족 회사와의 거래는 SJG세종의 계열사인 쿤스트할레와 HDC 계열사인 랩스와의 사이에 건물 1개 동에 대한 관리 용역 계약 1건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거래 규모는 1억9000만원으로 랩스 매출액의 0.03%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