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SK하이닉스가 12조원에 달하는 극자외선(EUV) 장비 투자를 단행하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대응에 속도를 낸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 메모리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24일 이사회를 열고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로부터 11조9496억원 규모의 EUV 스캐너를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장비는 내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설치와 개조, 운영 장비까지 포함된 대규모 투자다.
이번 결정은 급증하는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로 해석된다. 특히 6세대 HBM(HBM4) 등 차세대 제품 양산을 위한 핵심 인프라 확보 성격이 강하다.
EUV 공정은 미세회로 구현의 핵심기술로, 메모리 성능과 생산성을 동시에 좌우한다.
도입 대상은 차세대 장비인 ‘하이 NA EUV’로 추정된다. 기존 장비 대비 광학성능이 약 40% 향상됐고 집적도는 2.9배 높다. 보다 미세한 회로 구현이 가능하다.
다만 가격은 대당 약 5500억원 수준으로 기존 대비 80%가량 비싸다. 투자 부담이 크지만 기술격차 확보를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생산거점 확대도 병행된다. 청주 M15X는 HBM 생산 핵심기지로 상반기 가동을 앞두고 있다. 투자규모는 당초 15조원에서 20조원 이상으로 늘었다.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인근에는 약 19조원 규모의 첨단 패키징 공장(P&T7)도 추진된다. 메모리와 패키징을 아우르는 일괄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속도를 내고 있다. 패스트트랙 공법을 적용해 내년 상반기 조기 가동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 미국 인디애나를 포함한 글로벌 생산거점까지 더해 ‘용인-청주-미국’을 잇는 공급망이 구축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AI 확산과 함께 구조적 변화를 맞고 있다. HBM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 제품이 성장을 견인하는 흐름이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도 생산능력 확대와 공정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술력과 투자 규모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국면이다.
업계는 SK하이닉스의 이번 투자를 ‘초격차 유지 전략’으로 평가한다. 고가장비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생산능력과 기술 수준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향후 AI 메모리 수요가 지속될 경우 대규모 설비투자가 실적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