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예산 90조원 구조조정…‘적극 재정’ 기조 유지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정부가 재량·의무지출에서 약 90조원 규모를 구조조정 해 내년에도 ‘적극 재정’ 운용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절감한 재정은 국가 성장 패러다임 전환, 지방 주도 성장, 양극화 개선, 국민 안전 구축 등 4대 과제에 집중적으로 재투자한다는 방침이다.

기획예산처는 30일 발표한 ‘2027년 예산안 편성 지침’에서 재량지출은 올해 예산 수준보다 15% 줄이고, 의무지출은 당초 예상 수준보다 10% 줄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의무 지출’은 법령에 따라 이미 지출 규모가 결정된 기초연금 등 항목을 뜻하고, 전체 재정 지출에서 의무 지출을 뺀 나머지를 ‘재량 지출’이라고 한다.

기획예산처는 “성장 동력 확충, 구조 개혁 지원을 위해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과 적재적소·불요불급 원칙에 기반한 전략적 재원 배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규모로는 약 90조원 정도를 절감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올해 예산에 담긴 재량지출 규모는 340조원,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밝힌 내년 의무지출 규모가 415조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대략적인 구조조정 규모는 각각 50조원, 40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전체 사업 수의 10% 수준을 폐지하기로 했다.

지출 구조조정의 기본 원칙은 모든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다. 저성과·비효율 사업은 과감히 감축하거나 폐지하고, 근본적으로 구조개선을 추진한다.

한시·일몰 사업인데도 반복적으로 기한을 연장해 온 사업은 원칙적으로 종료하기로 했다.

의무지출 감축으로 복지 지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조용범 기획처 예산실장은 "줄일 수 없는 사업은 모수에서 빼고 10%를 정할 예정"이라면서 "복지사업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의무지출 구조조정 방식은 제도 개선이 대표적이다. 지원조건 재설계, 급여 수준 조정 등 의무지출 구조를 효율화하겠다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개편하고 소규모 학교 혁신 등 지출 효율화 방안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각종 사업평가나 외부기관 지적 반영에 따른 감액, 민간·지방 이양 및 분담비율 확대, 유사한 사업 통폐합이나 역할 재분담도 포함된다.

연례적 불용사업 등 집행이 부진한 사업은 집행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하고, 사업간 우선순위도 고려한다는 복안이다.

공무원·공공기관의 업무추진비 등 경비 절감, 행사·홍보성 경비나 관행적 경상경비 지원 감축 등도 포함된다.

정부는 지출구조조정을 위해 통합 재정사업 성과평가를 통해 사업 성과를 점검해 저성과·낭비성 사업을 찾기로 했다. 평가 결과 '감액'인 사업은 전년 대비 10% 이상 감액하고, '폐지'인 사업은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민관 합동 지출 효율화 태스크포스(TF)에서 발굴한 과제를 우선 검토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정부가 이렇게 아낀 재정으로 내년에 집중 투자하려는 분야는 크게 네 가지다. 

우선 국가 성장 패러다임 전환이다. 제조 AX(인공지능 전환)를 가속화하고, 국민성장펀드 조성·반도체 특별회계 신설로 첨단전략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탄소중립 투자를 확대하고, K-콘텐츠 제작에도 재정을 보탤 전망이다.

‘5극·3특’ 등 지방주도 성장도 뒷받침한다. 남부권 반도체 벨트, AI 실증도시, RE100 산업단지 등 지방 중심의 첨단 거점을 조성하고, 거점국립대, 철도·도로, 의료 서비스 강화 등을 연계해 지역 인프라를 강화한다. 지역에 공연장·미술관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전남광주특별시 등 통합 지방정부에 연 최대 5조원 규모의 재정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양극화 구조 개선을 위해 ▲창업 생태계 활성화 ▲청년층 회복·경험·성장 지원 강화 ▲저출생 대응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 ▲사회연대경제 관련 사업에, 국민 안전·평화 구축을 위해 ▲산재보험 제도 개편 ▲K-방산 생태계 구축 ▲공급망 안정화 ▲국익 기여 사업으로의 공적개발원조(ODA) 재편 관련 사업에 예산을 투자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런 사업을 적기에 지원하기 위해 개선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를 적용할 방침이다. R&D(연구개발) 예타 폐지,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예타 면제 기준 금액 상향이 이뤄지고, 민간 투자를 활성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