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KT가 박윤영 대표 체제를 공식 출범시키며 인공지능 전환(AX)을 축으로 한 사업재편과 조직쇄신에 속도를 낸다.
KT는 31일 서울 서초구 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윤영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해당 안건은 97.3%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임기는 오는 2029년까지 3년이다. 다만 박 대표는 일신상의 사유로 주총 현장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1962년생인 박윤영 대표는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1992년 한국통신에 입사해 30년 이상 KT에 몸담아온 ‘정통 KT맨’이다.
기업사업부문장, 미래사업개발단장, 컨버전스연구소장 등을 거치며 주요 사업과 기술 조직을 두루 경험했다.
특히 기업간 거래(B2B)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디지털 전환(DX)을 주도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취임 이후 경영방향은 명확하다. 박 대표는 임직원 서신에서 KT를 ‘국가 기간통신사업자’이자 ‘AX 플랫폼 기업’으로 재정의하며, 향후 3년을 성과 입증의 시기로 규정했다.
핵심 전략으로는 ‘단단한 본질’과 ‘확실한 성장’을 제시했다.
네트워크 품질과 정보보안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한편, 6세대 통신(6G), 위성, AI랜, 양자보안 등 미래 기술 확보에도 선제적으로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사업 측면에서는 B2C와 B2B 모두에서 AI를 중심에 둔 구조개편이 추진된다.
B2C 영역에서는 초개인화 서비스와 미디어·콘텐츠의 AX 전환을 통해 고객 맞춤형 경험을 강화한다. B2B에서는 공공·금융·제조 분야의 디지털 전환 수요를 겨냥한 ‘B2B AX’ 사업을 확대한다.
AI 데이터센터(DC), 글로벌 AX, 디지털 금융 플랫폼 등 신사업도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조직과 인사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고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100명 안팎인 임원 수를 최대 30% 줄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최근 오승필 기술혁신부문장(CTO)이 사의를 밝힌 데 이어, 전략·사업컨설팅 부문 수장 교체 가능성도 거론된다.
올해 초에는 신동훈 전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가 외부로 이동하는 등 핵심인력 재편도 이어지고 있다.
조직구조 역시 슬림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7개 광역본부 체계를 4개 수준으로 축소하고, 지역 조직을 본사와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김영섭 전 대표 시절 도입된 토탈영업 태스크포스(TF)는 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번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닌 ‘전략 전환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통신시장 성장정체 속에서 AI와 B2B 중심으로 수익 구조를 재편하지 않으면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AX를 전면에 내세운 점은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구도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지난해 불법 펨토셀을 통한 해킹사고로 가입자 368명의 정보 유출과 약 2억4000만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만큼, 보안체계 재정비와 고객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
30만명 이상 이탈한 가입자를 되돌리는 것도 단기적 경영 과제로 꼽힌다.
이사회 구성 역시 변화했다. 사내이사에는 박현진 KT밀리의서재 대표가 선임됐고, 사외이사로는 김영한 숭실대 교수, 권명숙 전 인텔코리아 대표, 서진석 OCI홀딩스·부광약품 고문이 합류했다. ESG 분야 사외이사는 공석 상태로 남게 됐다.
재무적으로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8조2442억원, 영업이익 2조4691억원이 승인됐다. 4분기 주당 배당금은 600원으로 확정돼 다음달 15일 지급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박윤영 체제가 ‘속도’와 ‘실행력’을 얼마나 빠르게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조직 슬림화와 전략 재편이 단기적으로 효율성을 끌어올릴 가능성은 높지만, AI 기반 신사업이 본격적인 수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변화가 KT의 체질 개선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