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업계, 국산 NPU 도입 본격화…AI 인프라 전환 가속

[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국내 주요 시스템통합(SI) 기업들이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실증과 도입을 본격화하며 인공지능(AI) 인프라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외국산 그래픽처리장치(GPU) 의존도를 낮추고 비용 효율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공공·산업 AI 시장 선점을 위한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I 기업들은 클라우드 인프라와 AI 플랫폼 전반에 국산 NPU를 적용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NPU는 인공신경망 연산에 특화된 구조로 설계된 가속기로, 전력 소모가 GPU 대비 절반 수준이면서 가격 경쟁력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GPU 중심으로 형성된 AI 연산 생태계를 보완할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국산 AI 반도체 생태계 육성 정책과 맞물려 있다.

클라우드 전환과 산업 AI 도입을 주도해온 SI업계는 초기 단계부터 NPU 도입 가능성을 검토해왔으며, 최근에는 실제 인프라에 탑재해 성능을 검증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업계에서는 “단순 검토를 넘어 상용화 전환의 분기점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도 사례로는 LG CNS가 꼽힌다. LG CNS는 퓨리오사AI의 2세대 NPU 칩 ‘레니게이드’를 자사 AI 플랫폼 ‘에이전틱웍스’에 적용해 실증을 진행 중이다.

AI 에이전트 서비스의 응답 속도를 높이고 운영 비용 절감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 목표다.

아울러 LG AI연구원의 파운데이션 모델 ‘엑사원’을 NPU 환경에 최적화해 공공·금융권 중심의 소버린 AI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는 구상이다.

삼성SDS는 클라우드 사업자(CSP) 역량을 앞세워 NPU 기반 서비스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NPU를 적용한 서비스형 신경망처리장치(NPUaaS)를 실증하고, 오는 7월 삼성클라우드플랫폼(SCP)을 통해 구독형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CSP 가운데 국산 NPU를 서비스 형태로 상품화하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전남 해남에 조성 중인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거점으로 컨소시엄 기업들과 NPU 실증 및 도입을 병행한다.

사업 공모 과정에서 국산 반도체 의무 사용 비율은 제외됐지만, GPU와 NPU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구축 방향은 유지되고 있다.

산업 현장 중심의 접근도 병행되고 있다. 포스코DX와 롯데이노베이트는 데이터센터 대신 현장에서 AI를 처리하는 ‘엣지 AI’ 구현에 집중하고 있다.

포스코DX는 NPU 스타트업 모빌린트에 30억원을 투자해 인텔리전트 팩토리 실증에 나섰다.

산업용 제어시스템에 NPU를 탑재해 실시간 분석과 제어를 구현하고, 철강 및 이차전지 소재 생산 공정의 보안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이노베이트는 딥엑스와 협력해 지능형 CCTV용 전용 NPU 개발을 추진 중이다. 비전 AI 기반 실시간 추론을 저전력 환경에서 구현하는 것이 핵심으로, 하반기 양산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공공 안전·보안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사업 확장성도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을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AI 인프라 주도권 경쟁’의 신호로 해석한다.

GPU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NPU를 병행하는 체계를 구축할 경우 비용 구조 개선은 물론, 공급망 리스크 대응에도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공공사업 수주 과정에서 국산 기술 활용 여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향후 관건은 성능 검증과 생태계 확장 속도다. NPU가 특정 워크로드에서 GPU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설 경우, 클라우드와 산업 현장을 아우르는 AI 인프라 구조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SI업계의 이번 선제적 움직임이 향후 국내 AI 반도체 산업 전반의 방향성을 좌우할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