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국내 거래소의 비트코인 가격이 바이낸스나 바이빗보다 높게 형성된 것은 규제의 부산물이었다. 자본 통제와 실명계좌 요건이 유동성을 국경 안에 가두면서 생긴 결과이지, 정책이 의도한 목표가 아니었다. 7월 14일 발표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과 그에 이어 알려진 한국거래소 의뢰 연구용역은 이 관계를 뒤집는다. 프리미엄이 처음으로 해소해야 할 과제로 명시된 것이다.
자본시장법을 열겠다는 선언
정부는 하반기 중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해 가상자산을 ETF 기초자산 범위에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현행법은 기초자산을 금융투자상품, 통화, 그리고 농축수산물·광물·에너지 같은 일반상품으로 한정하고 있어, 이 조항이 바뀌지 않는 한 국내 현물 ETF는 설계 자체가 불가능하다.
개정이 완료되면 국내 투자자는 해외 증시에 상장된 상품을 거치지 않고 국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을 추종하는 ETF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실제 상품 출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용역이 내건 두 가지 전제
주목할 대목은 한국거래소가 의뢰한 보고서가 제시한 선결 과제다. 김치 프리미엄 해소와 선물시장 구축이 현물 ETF 도입의 전제조건으로 꼽혔다. 그리고 해법으로는 지정참가회사(AP)가 해외 플랫폼에서 비트코인을 직접 조달할 수 있도록 허용해, 차익거래 유인을 만들어 국내외 가격 격차를 좁히는 방안이 거론됐다.
이 제안의 무게는 기술적 세부사항처럼 보이는 문장에 숨어 있다. 지난 10년간 프리미엄이 유지된 유일한 이유는 해외에서 사서 국내에 파는 경로가 대규모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AP에게 해외 조달을 허용한다는 것은,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차익거래 통로를 제도적으로 만들어주겠다는 뜻이다. 국내 시장 구조에서 이보다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설계가 상충하는 지점
문제는 이 통로가 기존 규제 철학과 정면으로 부딪힌다는 점이다. 실명계좌 요건과 외환 관리 체계는 국경을 넘는 자금 흐름을 촘촘히 걸러내기 위해 만들어졌고, 프리미엄은 그 설계의 결과물이다. 격차를 없애려면 걸러내는 강도를 낮춰야 하는데, 그 강도는 자금세탁 방지라는 다른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 두 목표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지점을 찾는 작업이 하반기 입법의 실질적 난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7월부터 시행된 외환시장 24시간 운영 확대는 이 방향과 결이 맞는다. 원화 거래 시간이 늘어날수록 해외 시차에서 발생하는 가격 왜곡은 줄어든다. 다만 이는 격차의 진폭을 다듬는 조치이지, 격차 자체를 만드는 구조를 건드리지는 않는다.
변수는 스테이블코인 논쟁
일정을 흔들 수 있는 요인은 다른 곳에 있다. 2단계 디지털자산 입법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놓고 교착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은행이 51% 이상 지분을 갖는 컨소시엄에만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금융위원회는 고정된 지분 기준이 기술기업을 배제하고 결제 혁신을 늦출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감독 체계를 위한 별도 인가위원회 신설 여부에서도 견해가 갈린다.
“프리미엄이 정책 목표로 격상된 것 자체가 시장에는 새로운 정보”라고 윤재석 애널리스트는 평가한다. “다만 입법이 지연되면 격차는 그대로 남는다. AP의 해외 조달 허용 여부가 실제 법조문에 어떻게 담기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그 조항이 빠진 채 ETF만 도입되면 국내 매수 수요만 늘어나 오히려 프리미엄이 확대될 수 있다.”
연말까지 격차가 좁혀진다면 그것은 원화 흐름이 아니라 법조문 때문일 것이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김치 프리미엄의 향방을 결정하는 변수가 시장 바깥에 놓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