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보니] "AI 승부처는 버티컬AI…금융AI 국가대표 키워야"

이수환 PFCT 대표 "글로벌 AI 경쟁, 범용 모델서 산업 특화 중심 재편"

데이터브릭스 국내 첫 금융 AI 파트너…3년 내 글로벌 매출 100억 목표

이수환 PFCT 대표가 최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PFC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권하영 기자 =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의 무게중심이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에서 산업별 특화 ‘버티컬 AI’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미국은 벤처캐피털을 중심으로 법률·의료·금융 등 분야별 AI 기업을 적극 육성하고, 중국도 2017년부터 국가 전략 아래 산업 AI 생태계를 키워가고 있다.

반면 국내 정책과 투자 논의는 파운데이션 모델과 AI 반도체에 집중되면서 버티컬 AI는 상대적으로 관심 밖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환 PFCT 대표는 최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금융 버티컬 AI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해 세계 시장을 뛰는 기업들이 ‘외로운 국가대표’가 되지 않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데이터로봇, 중국의 통둔, 싱가포르의 핀봇AI 등 글로벌 금융 AI 기업들과 해외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AI 경쟁력은 이제 파운데이션 모델뿐 아니라 산업별 버티컬 AI에서도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PFCT는 개인 간 온라인 대출을 중개하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사업을 직접 운영하면서 축적한 AI 신용평가·리스크 관리 기술을 국내외 금융회사에 기업용(B2B) 솔루션 형태로 공급하는 AI 렌딩테크(Lending Tech) 기업이다.

대표 서비스인 ‘에어팩’은 금융사의 여신 심사와 리스크 관리, 운영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금융 특화 AI 솔루션이다. AI가 고객 리스크를 더 정교하게 가려내는 만큼, 금융사는 연체율을 낮추면서도 대출 공급을 늘리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실제 에어팩을 도입한 금융기관들은 실제로 연체율이 최대 30% 개선되고 대출 취급 규모가 최대 50%까지 확대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회사는 전했다.

이 대표는 “대출 사업에서 실제 성과를 통해 AI 기술력을 검증하고, 이를 다시 금융기관에 공급하는 선순환 구조가 PFCT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며 “동남아 최대 금융 AI 기업인 어드밴스드 인텔리전스 그룹(AIG)을 제외하면 이 같은 모델을 갖춘 기업은 국내에서 사실상 유일하다”고 말했다.

◇ 버티컬 AI가 새 격전지…”한국도 경쟁력 있다”

금융과 의료, 법률처럼 핵심 데이터와 업무 노하우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산업에서는 범용 AI만으로 현장의 전문성을 구현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법률 AI 기업 ‘하비’, 의료 AI 기업 ‘어브리지’ 등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특히 금융은 신용평가 데이터와 리스크 관리 노하우가 대부분 내부망과 망분리 환경에서 관리되는 만큼 산업 특화 AI의 활용 가치가 더욱 크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금융 분야의 진정한 AX(AI 전환)는 AI를 단순한 업무 효율화 도구가 아니라 신용평가와 리스크 관리, 여신 의사결정 등 금융의 핵심 운영 체계에 적용하는 것”이라며 “금융 버티컬 AI의 경쟁력은 결국 실제 금융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와 운영 경험에서 나온다”고 언급했다.

PFCT는 현재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호주 등 4개국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시장을 포함해 총 10개국에 진출했다.

해외에서는 미국 데이터로봇과 중국 통둔, 싱가포르 핀봇AI 등과 직접 경쟁한다. 호주에서는 핀봇AI와 동일한 데이터를 활용한 기술평가(PoC)에서 우위를 인정받아 3년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버티컬 AI 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정책과 투자 기반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이 대표의 진단이다.

중국 기업들은 국가 차원의 AI 육성 전략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고, 미국은 민간 벤처캐피털이 산업 특화 AI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지원은 이뤄지고 있지만 버티컬 AI에 대한 관심과 지원 규모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전언이다.

그는 “앞으로 글로벌 AI 경쟁력은 파운데이션 모델뿐 아니라 금융과 의료, 법률 같은 버티컬 AI에서도 결정될 것”이라며 “실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해외 시장에서 계약과 매출을 만들어내는 기업 역시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축”이라고 역설했다.

이 대표는 한국 금융 AI의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신용정보 인프라와 높은 금융 디지털화 수준이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와 카드사태를 거치며 신용정보 관리 체계가 정교하게 발전했다”며 “대출 신청부터 심사와 실행, 사후 관리까지 금융 프로세스 전반이 빠르게 디지털화돼 AI 모델을 개발하고 성능을 검증하기에 매우 유리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AI 전반에서 미국보다 앞섰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금융 버티컬 AI로 범위를 좁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정교한 신용 데이터와 높은 금융 디지털화 수준, 실제 서비스를 통해 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모두 갖추고 있어 일부 영역에서는 글로벌 기업을 앞설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 해외 성과 이어 플랫폼 협력…”글로벌 확장 가속”

PFCT는 최근 글로벌 데이터 관리 플랫폼 기업 데이터브릭스의 국내 첫 금융 AI 독립 소프트웨어 벤더(ISV) 파트너로 합류했다.

글로벌 금융권은 전통적인 데이터 통계 분석에 특화된 데이터 웨어하우스(DW) 중심 환경에서 AI 활용이 가능한 데이터 레이크하우스(DL) 기반 구조로 전환하고 있으며, 데이터브릭스는 이를 수행하는 대표 플랫폼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금융기관이 AI를 도입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AI 모델보다 데이터에 있다”며 “데이터브릭스의 레이크하우스가 분산된 데이터를 통합하고, PFCT의 금융 버티컬 AI가 그 위에서 신용평가와 리스크 관리를 수행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데이터 인프라 구축과 AI 도입을 하나의 흐름으로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PFCT는 향후 3년 안에 3개국 이상에서 국내와 동일한 수준의 사업 기반을 구축하고 해외 매출만으로 100억원을 돌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비은행 금융시장(Non-bank Finance) 글로벌 리더’로 성장한다는 비전이다.

이 대표는 “AI 선도국가를 지향한다면 파운데이션 모델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하고 수출할 수 있는 버티컬 AI 기업도 함께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AI 경쟁력은 자체 모델을 보유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그 기술이 실제 산업에 적용되고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때 비로소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