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추석연휴 10여일 앞둔 대구 서문시장…상인들 "예전 대목만 못해"

"제사 안 지내고 맞춤 한복도 안 입어"…달라진 제사·소비문화에 엇갈린 명절 특수

지역화폐 1천억원·온누리상품권 환급…명절 소비 살아날까 기대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추석 연휴를 10여일 앞둔 11일 대구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에 시민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2026.9.11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추석 연휴를 10여일 앞두고 대구지역 전통시장에도 조금씩 명절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과일과 생선 등 제수를 찾는 발길이 이어지면서 상인들은 추석 대목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지만, 경기 침체와 달라진 소비 문화 탓에 예전 같은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 등이 소비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11일 오전 영남권 대표 전통시장 중 하나인 대구 서문시장.

상인들 사이에서 매출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회의적인 목소리가 교차했다.

이른 아침부터 장사 준비에 여념 없던 상인들은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시장 분위기가 어떻나’라는 질문에 종사하는 업종에 따라 다소 다른 말을 내놓았다.

사과 등 과일을 팔고 있던 정모(80대·여) 씨는 “아직 추석 분위기가 느껴지지는 않지만, 점점 더 손님들이 많아지지 않겠나”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 씨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시민 여러 명이 사과 가격을 묻거나 직접 구매하기도 했다.

가격을 듣고 발길을 돌리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정 씨는 “올해 비가 많이 온 지역이 많아서 평소보다 비싸게 사과를 도매상에게 샀다. 하루에 20만∼30만원어치는 팔아야 남는다”며 “아직은 그 정도로 팔리진 않지만 추석이 가까워질수록 잘 팔릴 거다”라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추석 연휴를 10여일 앞둔 11일 대구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에서 상인이 사과 등 과일을 판매하고 있다. 2026.9.11

생선을 파는 이모(70대·여) 씨도 추석 대목을 준비하느라 병원 치료를 받자마자 시장에 나왔다고 했다.

이 씨는 “집에서 가만히 있느니 하나라도 더 팔러 나오는 게 낫다”며 “추석에 생선이 많이 쓰이니까 지금보다 사정이 좋아질 거라는 기대감은 크게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50년 동안 여기서 장사를 해왔는데 점점 경기가 안 좋아진다고 느낀다”며 “젊은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어야 시장 경기도 살아날 텐데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대구시가 추석을 앞두고 민생 경기 활성화를 위해 결정한 대구로페이 1천억원 투입과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를 기대하는 상인도 있었다.

서문시장 주요 관문인 동문 앞에는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도 설치됐다.

잡화점 사장 김모(50대) 씨는 “사람들이 시장에 와서 물건을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나”라며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추가적인 지원책도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웃음 지었다.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추석 연휴를 10여일 앞둔 11일 대구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6.9.11

추석이 매출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거라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적잖았다.

한복점 사장 이모(70대·여) 씨는 ‘어린이용 한복이 잘 팔리지 않나’라는 질문에 “요즘은 젊은 부모들이 한복도 기성품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맞춤 한복을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씨는 “제사용품을 파는 상인들은 매출이 늘어나겠지만 한복을 파는 상인들은 이제 명절이라고 해서 손님들이 늘어나고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제사용품 판매 거리에 시민 발길이 이어지던 모습과 달리 이곳에는 적막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상점가도 곳곳에서 보였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정모(60대·여) 씨도 큰 기대감을 갖고 있지 않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추석이라고 장사가 더 잘되지 않는다”며 “제사 지내는 사람들도 많이 줄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40년 넘게 한자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지만 옛날에는 추석이 있는 달에는 보름간 손님들이 몰려왔다”며 “요즘은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를 할 때만 손님이 온다”고 했다.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11일 대구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에서 시민들이 건어물을 구경하며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 2026.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