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강기용 기자] 오는 29일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이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미 양국이 최대 쟁점인 3500억달러(약 500조원) 대미 투자 방안에 대한 이견을 상당 부분 좁힌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미국이 이제는 한국의 투자 부담 능력을 고려해줘야 한다는 인식을 어느 정도 가질 만큼 양측간 교섭에 진전이 있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양국 관세협상 최종 타결에 중요한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미국은 아직까지는 일본과 합의에서 그랬던 것처럼 '투자 백지수표' 요구를 고수하고 있어 합의문 서명까지는 치열한 밀고 당기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가 19일 귀국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부분의 쟁점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귀국한 김 실장은 "양국이 매우 진지하고 건설적인 분위기 속에서 협상에 임했지만 여전히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남아있다"면서 "이번 협의의 성과를 토대로 협상이 원만히 마무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협상 마무리가 가능한 상황이냐는 물음에 "방미 전보다는 APEC을 계기로 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조율이 필요한 남은 쟁점이 한두 가지가 있다. 이에 대해 우리 부처가 깊이 있게 검토하고, 우리 입장을 추가로 전달하는 등 더 협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한국의 대미 투자금 3500억달러를 10년간 분할 투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느냐'는 물음엔 "개별적인 쟁점에 대해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투자금이) 상호 호혜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운용돼야 한다는 점 등에 대해 양국이 상당히 의견일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통화스와프에 대해 진전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규모 대미 투자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에 대해 미국의 이해가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김 실장은 "대한민국이 감내 가능한 범위에서 협상안이 마련돼야 한다. 여기에 대해 이전보다는 한미 양국의 의견이 상당히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김 실장과 여 본부장 등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을 만나 2시간가량 협상했고, 백악관의 러셀 보트 예산관리국(OMB) 국장과 면담하기도 했다.
한국은 지난 7월 30일 관세 협상 타결 당시 직접 현금을 내놓는 지분 투자는 5% 정도로 하고 대부분을 직접 현금 이동이 없는 보증으로 하되 나머지 일부를 대출로 채우려는 구상을 했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과 합의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투자처를 선정하면 한국이 45일 안에 투자금을 특수목적법인(SPV)에 입금하는 등 투자를 뒷받침하는 '투자 백지수표'를 요구해왔다.
이에 한국 정부는 ▲무제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합리적 수준의 직접 투자 비중 ▲'상업적 합리성' 차원에서의 투자처 선정 관여권 보장 등을 요구하면서 관세 협상 결렬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협상을 해왔다.
이 가운데 무제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요구는 현실적으로 한국의 단기적인 '투자 부담 능력 제한'을 강조하기 위해 제시한 협상 전략 차원의 카드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중앙은행 간 상설 통화 스와프 체결은 연방정부가 아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권한에 속한다.
구 부총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투자) 스킴이 확정되면 그에 따라 외환 소요가 나올 것"이라며 "이 부분 변동에 따라 통화스와프가 완전히 불가능하다, 해야 한다, 안 해야 한다, 한다면 얼마만큼 해야 하고 실현 가능성이 있냐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대미 협상 우선 목표가 이제는 통화 스와프 체결 그 자체보다는 재정·외환 부담으로 이어질 대미 직접 투자 규모를 현실적 선에서 통제하는 데 맞춰져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설령 무제한 통화 스와프가 체결된다고 해도 직접 투자 비중이 높아지고, 이를 단기간에 미국에 제공해야 한다면 한국 정부가 재정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3500억달러는 한국 작년 국내총생산(GDP)의 20%의 규모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2026년도 예산안(728조원)의 약 70%에 이른다.
한국은 현재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 지속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미국 역시 격화하는 미중 갈등 속에서 조선 등 자국 산업 부흥과 공급망 강화에 한국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결국 김용범 실장의 언급처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예상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협상 최종 타결에 중요한 ‘기회의 창’ 역할을 할 개연성이 크다.
한편 최근 미국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등을 만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같은 비행기로 입국했다.
구 부총리는 "관세협상에 대해서는 지금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특별히 더 드릴 말씀은 없다"고만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