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국정자원 화재’ 불법하도급 정황 포착…”5명 입건,관련수사 진행”

[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정부 전산망 마비사태를 불러온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화재 당시, 리튬이온 배터리 이설 공사에 경험이 부족한 하도급업체가 투입됐고 작업 매뉴얼조차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대전경찰청 국정자원 화재 전담수사팀에 따르면 경찰은 지금까지 국정자원 관계자 4명을 포함해 총 29명을 조사했으며, 이 가운데 국정자원 담당자 1명과 공사·감리업체 관계자 4명 등 총 5명을 업무상 실화 혐의로 입건했다.

화재의 구체적인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 결과가 나오는 내달쯤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조대현 수사팀장(형사기동대장)은 “공사 과정에서 부속전원을 차단하지 않았고, 절연장비 사용이나 절연작업 등 필수절차를 생략하는 등 매뉴얼을 위반한 작업자의 일관된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공사 과정에서 불법 하도급이 이뤄진 정황도 확인됐다.

당초 공사를 공동수급한 두 개의 원도급사가 제3의 업체에 하도급을 줬고, 이 업체가 다시 두 곳에 재하도급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재하도급 체 작업자들은 원도급사 소속인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 공사에 투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주업체와 하도급업체 모두 무정전 전원장치(UPS) 시스템 이설경험이 전무했으며,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시 충전율(SOC)을 30%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리튬배터리 분리·이설 가이드라인’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전기공사업법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하도급을 금지하고 있으며, 발주기관의 승인없이 하도급을 하거나 승인조건을 임의로 변경할 경우 역시 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재용 국정자원 원장은 앞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공사업체 선정과 계약과정에서 배터리 이설공사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달 26일 오후 8시16분, 국정자원 5층 7-1 전산실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서버와 분리해 지하로 이전하는 과정 중 발생했다.

화재로 인해 709개 행정정보시스템이 가동 중단됐고, 복구 비용만 152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